[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지난 4일 홍콩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가 발생하면서 홍콩 민주주의 문제가 다시 중국 정부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시위발생 다음날인 5일 "베이징이 홍콩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몇 해 전까지 홍콩 정치를 강력하게 규제해왔는데 다시 이런 기류가 반복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둥젠화가 행정장관으로 있을 당시 베이징은 홍콩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안보법을 시행하겠다며 강력한 홍콩 통치방침을 정했다. 이에 50만명의 홍콩 시민들이 2003년 7월 가두시위를 벌였다. 깜짝 놀란 중국 정부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쪽으로 홍콩에 대한 대처 방식을 바꿨다. 본토 중국인의 여행 제한을 완화해 홍콩 여행객이 크게 늘어났고 이로 인해 홍콩 경제도 득을 많이 봤다. 그런데도 지난해 7월을 비롯해 민주화를 위한 시위는 계속됐다. 홍콩인들로선 정치적 자유를 포기하면서까지 중국의 이런 '시혜'를 받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중국은 다시 전략을 바꿔 통일전선전술을 펴기 시작했다. 둥젠화 후임으로 도널드 창 현 행정장관을 밀었다. 창은 홍콩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었으며 여론조사에서도 항상 앞서 나갔다. 하지만 주최측 집계로 25만명이 참여한 지난 4일 시위는 이런 전략의 한계를 드러내주었다. 공교롭게도 베이징과 홍콩 양측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창 장관이 첫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의 개혁 조치가 현재의 홍콩 정치 상황을 개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7년 차기 행정장관을 뽑을 홍콩의 선거위원회는 현재 800명에서 16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중 400명은 300만명의 유권자에 의해 직접 뽑힌 사람들이다. 선거위원회를 직선으로 뽑히지 않은 친베이징 인사들이 좌우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지난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홍콩 민주주의와 관련된 베이징의 약속파기에 항의했다. 베이징은 홍콩이 2007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보통선거 제도를 도입할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문제는 도널드 창의 개혁 제안이 너무 느리다고 받아들여져 시위가 커진 것이다. 시위자들은 이 자리에서 민주적 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시간표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창의 입장에선 2007년까지 행정장관직을 유지하려면 중국에 정치 시간표를 제시하라고 감히 말하기 어렵다. 물론 중국이 현재와 같은 홍콩 통치 전략을 유지하려면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둥젠화 장관 시절 부장관으로 재직했던 앤슨 챈이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홍콩 정부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당시에는 중국 정부가 그를 행정장관 후보로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지난 시위에 참여하면서 베이징과 민주화 진영에 가교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란 사실을 스스로 드러냈다. 중국 정부로서도 선택의 대안이 별로 없어 보인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 ◇이 칼럼은 월스트리저널 아시아의 사설담당 부국장인 대니 기팅스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베이징의 홍콩 딜레마(Beijing's Hong Kong Dilemma)'란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