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긴급조정권을 발동함으로써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사태는 나흘 만에 일단락됐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통해 비교적 빨리 수습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파업이 시작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피해액만 무려 19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는 항공운송 마비가 얼마나 큰 국가경제의 손실을 가져오는지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항공기의 무더기 결항(缺航)으로 국민들의 발이 묶이는 데 따른 엄청난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다급한 수출입 화물 운송 차질 등 연쇄적인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번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은 최소한의 명분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었다. 억대 연봉이 부족하다면서 대폭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도 터무니없지만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주장도 한마디로 억지다. 결국 국민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사내의 일반 노조가 "조종사만을 위한 파업은 그만둬야 한다"며 비난하는 등 노노(勞勞)갈등의 양상으로 번진 점만 보아도 그렇다. 대한항공 노사는 앞으로 30일 동안 모든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자율교섭에 나서야 한다. 그런 만큼 노사 모두 성실한 교섭에 임해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조종사 노조는 파업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비등(沸騰)하고 사내 동료들조차 등을 돌린 것이 자신들의 이기적 행태에서 비롯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불법쟁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한 법집행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조종사 파업을 막을 수 있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여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에 이어 이번에도 긴급조정권을 발동했지만,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마다 긴급조정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고 근본적인 대처방안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사의 경우 대체인력이 없다는 점에서 조종사들의 비중이 절대적이고,조종사 노조가 이런 힘을 악용해 국민과 나라 경제를 볼모로 잡아 무리한 요구를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공익사업장 지정은 물론 대체인력 양성 및 공급방안 등 근본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