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미국의 예비공개시장위원회에 상응하는 예비금융통화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예비공개시장위원회(SOMC·Shadow Open Market Committee)는 금융학자와 시장 참여자들로 구성된 순수 민간기구다.


1973년 당시 로체스터대학 교수였던 칼 브루너 등이 SOMC를 구성한 것은 금리 결정과 같은 통화정책은 한 나라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전적으로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은 보다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구성 초기부터 FOMC의 금리 결정을 평가하고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일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금리 동결 움직임에 반박하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연방기금 금리를 5%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 주목받고 있다.


물론 SOMC의 건의는 구속력이 없으나 미국처럼 시장과 여론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쳐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FOMC가 금리 변경을 선제적으로 단행하고 다른 기관을 의식하지 않고 통화정책의 핵심인 △적시성 △투명성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SOMC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2월부터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버냉키가 취임할 경우 SOMC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버냉키 차기 의장의 상징인 인플레 타기팅 정책은 '자동화한 규칙(Automatic Rule)'에 의해 중앙은행의 최대 과제인 인플레를 안정시키자는 것으로 금리 변경에서 자의적인 소지를 최대한 줄이자는 SOMC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우리의 경우 콜금리 목표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느냐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매번 금통위 위원 구성 때마다 '누구 누구의 사람이다'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콜금리 결정시 다른 기관을 의식하다 보니 제때에 단행하지 못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의 위상과 독립성이 크게 훼손돼 '○○○의 남대문 지점'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의 예비공개시장위원회에 해당하는 예비금융통화위원회(SMPC·Shadow Monetary Policy Committee)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SMPC 위원은 순수 민간 금융학자를 중심으로 구성하되,시장 친화적인 금리 결정 평가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의사 개진이 이뤄지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


또 SOMC가 시간이 갈수록 많은 내용을 다룸에 따라 본래의 기능이 퇴색하는 듯한 인상과 비판을 받는 만큼 SMPC의 기능은 원칙적으로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 개진 정도로 한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결국 이런 노력이 뒤따라야 우리도 중앙은행의 위상과 독립성을 제고시키면서 통화정책의 선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에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정부가 기대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가 탄생하려면 '한국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전제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