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느와르 '달콤한 인생'(투자배급 CJ엔터테인먼트,제작 봄영화사)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다.

이병헌과 신민아가 주연한 이 영화는 기세등등하던 조폭 중간보스가 사소한 오해로 나락에 빠져들어가는 상황을 감각적으로 그려 호평을 받았다.

총제작비 60억원을 들였으나 국내에서는 125만명을 동원해 투자배급사의 흥행수입은 약 37억원(극장측 수입 제외)에 그쳤다.

그러나 수출액이 국내 흥행수입보다 많은 500만달러(52억원)에 달해 흑자를 달성했다.

일본에만 320만달러에 판매된 것을 포함해 베네룩스 3국,스칸디나비아 3국,홍콩 대만 등 유럽과 아시아 30개국에 수출됐다.

해외배급을 맡은 CJ측의 다양한 수출전략이 거둔 결실이다.

CJ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일본에서 이병헌의 인기가 높은 점을 고려해 제작단계에서 사전 판매 작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달콤한 인생'이 촬영됐던 양수리 스튜디오에선 후지TV,프리미어 재팬,주간 아사히 신문 등 일본 방송과 인쇄매채 8개사를 초청해 촬영 현장을 공개했고 이병헌 인터뷰를 주선했다.

이후 일본에선 작품의 인지도가 급상승했고 이는 사전수출 계약으로 연결됐다.

사후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병헌은 완성작이 일본에서 개봉되기 전 현지를 방문해 각종 연예프로그램 및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폈다.

한류열풍을 마케팅에 이용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일본과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화면의 질감과 연출력을 중시하는 유럽인의 성향을 감안해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15분 분량의 주요 장면을 바이어에게 보여줬다.

영화제에서 프랑스 메이저배급사인 카날스튜디오에 사전판매됐고 칸국제영화제에 공동 출품키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의 명망있는 배급사와 공동출품하게 되자 작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덕분에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비경쟁부문(Out of Competition)에 초청받았다.

비경쟁부문은 예술영화 중심인 경쟁부문과 달리 완성도가 높은 상업영화가 주로 출품되는 섹션이다.

또한 이 작품은 칸영화제 기간 중 그리스 독일 영국 등 18개국에 150만달러를 받고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는 "한류의 확산과 국내 영화산업의 세계화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해외 수출 인프라를 구축하고 추후 마케팅관리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