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고교 3학년 학생들이 방치된 채 교실에서 '허송세월'하며 지내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치러진 수능 이후 교육당국은 고3 학생들을 위해 특별강연 등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준비된 내용이 천편일률적이어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일선학교에 '수능직후 생활지도 계획'이란 제목의 문서를 내려보내 "인성교육과 특별 면학 프로그램을 자율 운영하되 형식적 운영을 지양하고 학생이 원하는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수원시 Y고의 경우 대학관계자를 불러 입시설명회를 열거나 병무.예절교육 등 외부강사 특강를 준비하는 한편 미술관 관람, 등산 등 현장체험 활동을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28일 직전까지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막상 학생들은 '시간 때우기'식 프로그램 편성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안산 A고 3학년 B군은 "수업일수를 채우려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닌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특별 프로그램이 없는 날도 많아 이런 날은 교실에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보낸다"고 말했다. 2교시 이후 고3학생을 하교시키고 있는 수원 Y여고의 3학년 J양도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와 교실에서 영화를 보거나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입시지도가 부족해 스스로 입학정보 찾아 다녀야 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경양 회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학교가 지식교육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수능 이후 학교가 할 일이 없어지고 만다"며 "전인교육이나 인성교육에 무관심한 우리 학교문화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