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 시장에서 영원한 2등일 것만 같던 펩시코가 코카콜라를 따라잡기 일보 직전이다.


7일 뉴욕증시 종가 기준으로 펩시의 시가총액(993억달러)이 코카콜라(1014억달러)에 거의 육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주가 흐름을 볼 때 이르면 다음 달 중 펩시의 시가총액이 코카콜라를 역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펩시의 도전이 골리앗 코카콜라를 쓰러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욱일승천하는 펩시


코카콜라 주가는 네빌 아이스델이 코카콜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18개월 동안 17% 하락했다.


주당 42.2달러로 떨어졌다.


침체된 코카콜라에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믿었던 아이스델 회장이 생각보다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펩시의 주가는 11% 상승하면서 주당 59.2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 증가율도 펩시가 월등히 앞선다.


최근 5년간 코카콜라는 연평균 2.3% 성장한 데 반해 펩시는 7.5%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절대 매출액은 음료 외에 식품 외식사업을 병행하는 펩시(작년 292억달러)가 코카콜라(219억달러)를 이미 추월했다.


하지만 음료 사업만 따지면 아직 코카콜라에 뒤진다.


따라서 시가총액의 추월이 펩시가 새로운 음료시장 왕좌로 올라서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신에 느린 코카


코카콜라는 1990년대에 세계 각지로 사업을 넓히면서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거꾸로 이런 성공이 신규 사업과 고객지향 마케팅에 둔감하게 만들었다.


탄산음료가 소비자들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는 데도 새로운 변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코카콜라는 1982년 다이어트콜라를 내놓은 뒤 이렇다할 신제품을 선보이지 못했다.


신상품 개발 실패로 인해 1997년까지 18%를 유지했던 이익 증가율은 4% 선으로 내려앉게 됐다.


펩시는 탄산음료에 더이상 미련을 둘 수 없다고 판단,스포츠음료 과일주스 등 웰빙 음료에 더 주력했다.


제품이 건강에 유해한지 검사한 뒤 합격하면 '스마트 스팟'이란 딱지를 붙여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게토레이 마운틴듀 미린다 세븐업 등의 브랜드를 히트시켰다.


또 스낵업체 퀘이커,과일주스업체 트로피카나,프리토레이 스낵 등을 인수하고 피자헛 KFC 타코벨 등 외식사업을 과감히 벌여 수익원을 다각화해 나갔다.


1970년대 '블라인드 마케팅'(선입견을 배제하기위해 눈을 가리고 맛을 보게 하는 마케팅)성공을 발판으로 소비자들을 붙잡기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적극 밀어붙여왔다.


◆코카 CEO의 운명


아이스델 코카콜라 회장은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였던 이전 CEO들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품이나 다른 소비재 사업으로 다각화하기 위해 50억달러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었지만 실행하지도 않았다.


최근 유럽에서 독점관련 소송에 걸렸다. 미국에선 회계부정 스캔들에 휘말렸다.


콜라 원액 가격 인상을 놓고 남미의 병입회사들과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아이스델 회장이 언제쯤 탄산음료 왕좌를 잃어버린 CEO가 될 것인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