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건강검진 믿었다가 '어이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 잠실에 사는 박 모씨(48)는 한 유명 종합병원의 건강검진 결과를 그대로 믿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
박씨가 종합건강검진을 위해 이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이맘 때.당시 병원측은 직장,대장에 대한 내시경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불과 여섯 달 후 박씨는 심한 항문 통증과 출혈에 시달리게 됐다.
이름난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기에 '잠깐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한 박씨는 재검사를 미뤘다.
결국 올해 8월에야 다른 병원에서 항문암 3기 진단을 받고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질병의 조기 진단을 위한 건강검진시 병원이 오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6일 소비자보호원이 최근 5년간 건강검진 관련 소비자 불만 사례 302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병원측이 종합건강검진을 실시하고도 질병을 발견해내지 못하거나,병이 없는데도 있다고 진단을 내리는 등 오진으로 인한 불만이 59건으로 전체 20%에 달했다.
자궁암 검진시 미혼 여성의 처녀막이 파열되거나 체력 측정 과정에서 급성 추간판 탈출(허리 디스크)이 일어나는 등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28건이나 됐다.
오진은 검진 예약이 몇 개월씩 밀려 있는 대형 종합병원,대학병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의 A종합병원은 대장암 환자를 진단하고도 이를 발견해내지 못해 나중에 위로금 차원의 보상을 해줬다.
경기도 B대학병원은 질병 소견이 없는데도 이것저것 추가 검사를 받도록 유도,해당 환자들이 10여건의 불만사례를 소보원에 한꺼번에 접수시켰다.
자궁암 검사를 하면서 혼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검사 기구를 질 속에 넣어 처녀막이 파열된 경우도 12건에 이르렀다.
이처럼 처녀막이 파열된 여성의 경우는 신상 노출을 꺼려 불만 접수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소보원측은 보고 있다.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병을 얻어가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의 C종합병원에서는 허리가 아프다는 환자의 호소에도 불구,다른 환자와 똑같은 체력 측정을 받게 해 급성 추간판 탈출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
이 같은 허리 손상 사례는 이 병원 말고도 9건이나 더 있었다.
진단을 해 놓고도 환자에게 결과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운 사례도 있었다.
D대학병원은 유방 검진 결과를 통보하면서 '유방암'을 영문 의학 용어로 알려줘 환자가 이를 이해하지 못해 조직검사 기회를 놓치는 일이 있었다.
검진 계약금 환급 거절로 인한 불만도 많았다.
종합병원에 검진 예약을 할 때 대기 순번을 받기 위해선 계약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은 나중에 검진을 못 받게 되더라도 이를 돌려주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각 소보원 분쟁조정국 의료팀장은 "몇몇 병원에 환자가 몰리면서 병원측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계약금' 등 각종 수수료에 대한 환불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