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한 직위에 두 명을 임명하는 '공동 임원제(two-in-a-box)'가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기업 경영이 점점 복잡해지고 업무 영역이 한층 다양해지면서 '한지붕 두 가장(家長)'과 흡사한 공동 임원제 도입이 늘고 있다"며 "인텔 델 시스코시스템스 골드만삭스 등 상당수 미국 기업들은 이미 80년대부터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부사장 부장 등 전 직위에 걸쳐 공동 임원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동 임원제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여러가지 능력이 필요한 자리에 두 명이 힘을 합치면 능률도 오르고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다.


경험이 많은 매니저가 경험은 적지만 다른 기술을 보유한 매니저와 공동 임원직을 맡을 경우엔 서로 배울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출장이 빈번한 자리일 경우 한 명은 회사에 남아 일상 업무를 챙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공동 임원제는 '기술'과 '경영'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하는 첨단기술 기업에서 적극 활용된다.


인텔의 전 회장인 앤디 그로브는 지난 80년대 중반 자신의 후임자로 크레이그 배럿(현 회장)을 점찍어 두고 약 1년간 공동 CEO직을 수행했다.


인텔의 경우처럼 공동 임원제는 CEO직 승계 등 기업의 전환기에 특히 유용하다.


90년대 씨티그룹과 트래블러스코프,다임러와 크라이슬러 등은 인수합병(M&A) 후 공동 임원제를 활용,이질적인 두 조직 간의 활발한 업무 교류를 유도했다.


공동 임원제가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한자리에 리더가 두 명이나 앉아 있다보니 업무의 우선 순위를 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고,조직원들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일부 기업에서는 두 명의 임원을 놓고 하위 직원들이 '줄서기'를 하는 부작용도 종종 일어난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