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 휴잇어소시어츠 한국 대표 kris.park@hewitt.com > 며칠 전 신문에서 실적이 좋은 기업일수록 후임 최고경영자(CEO) 선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의 54%가 실적 압박은 심해지고 사생활도 없어 시켜줘도 CEO 자리는 맡고 싶지 않다고 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세계적 기업들이 CEO 인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능력이 부족한 인물을 사전에 검증하지 못했거나,유능한 인물이라도 회계 부정이나 개인적 스캔들이 드러나는 사례가 많고, 실제로 P&G, 제록스와 다우 케미컬, 루슨트 테크놀로지 등의 경우 신임 CEO가 중도에 낙마하면서 전임자가 다시 CEO 자리를 맡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야심 있는 직장인들의 최종 목표가 종종 CEO였던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잭 웰치만 해도 그가 이미 오래 전부터 CEO가 되겠다는 목표를 자신의 커리어로 정해 두었었다는 것이 자주 화제로 등장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기업의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CEO가 기피 대상 커리어가 되었을까? 얼마 전 내가 참석했던 최고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일이다. 선진국에서도 주당 80시간씩 일한다는 글로벌 기업의 C-레벨 임원들에게 왜 그들이 그렇게 (이미 놀라운 실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에 연연하는가 물었더니,'불안해서 (insecure)'라고 대답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뭐랄까, 상당히 공감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실적에 대한 압박은 대단히 단기적이어서,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그들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돌볼 여유가 없다. 사실 그들이 밤잠을 못이루는 진짜 중요한 이슈들은 인재의 유치,유지,육성,그리고 차기 리더의 육성 등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지속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들이다. 하지만 문전에 놓인 다급한 실적에 쫓기다보니 CEO들은,아니 그런 CEO를 바라보는 차기 리더들은 이제 그 직무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이 기사는 세계적 PR 전문회사의 조사를 인용했는데 세계의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인사 중 54%가 CEO직을 원치 않았으며,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선진국일수록 이런 현상은 뚜렷했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CEO직을 맡기 싫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야심 있는 직장인의 커리어 목표는 무엇이 될 것인가. CEO들이 좀 더 멋진 모습으로 차기 리더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