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05 기업사랑 송년음악회-서곡과 아리아의 밤' 공연은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로 얼어붙은 청중의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준 감동의 무대였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콘서트홀 입구는 팸플릿과 초대권을 가진 관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1부는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으로 막을 올렸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의 괴로움과 신에게 드리는 기도를 담은 작품으로 오랜 만에 지휘봉을 잡은 이택주 예술의전당 음악감독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절묘한 앙상블이 돋보인 곡이었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장중하면서도 애절한 곡의 후반부를 특히 잘 살려냈다.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바리톤 김동규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이 동네 제일가는 이발사'를 굵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선사했다.


그는 이발사가 손님의 머리를 깎는 동작을 직접 해보이며 관객들을 한껏 즐겁게 했다.


레온카발로의 '아침'까지 부르고 잠시 퇴장한 그는 열화와 같은 관객들의 '앙코르'요청에 다시 무대위로 등장했다.


그는 나오자마자 "제가 들어도 제 목소리가 좋은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라는 능청스런 농담으로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앙코르곡으로는 MBC드라마 '장희빈'의 주제가인 '그대 향한 사랑'을 절절하게 불러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어 화려한 에메랄드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소프라노 채미영은 카탈라니의 오페라 '라 왈리' 중 '나 이제 멀리 떠나가리'와 오페라 '탄호이저' 중 '노래의 전당'을 특유의 미성으로 노래했다.


김동규와 채미영은 1부 끝 순서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중 '그대 손을 나에게'를 실제 연인사이처럼 다정스레 불러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받았다.


15분간의 휴식 뒤 시작된 2부 첫머리는 주페의 '시인과 농부' 서곡이 장식했다.


초반부 한가롭고 여유로운 농촌풍경을 노래하는 듯하다 약동하는 2박자의 흥겨운 행진곡조로 바뀌는 이 곡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축적된 기량을 잘 보여주었다.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의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것은 전통소리꾼 장사익씨의 무대였다.


막걸리를 연상시키는 걸쭉한 목소리로 국악과 팝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장씨가 '품으로 가는 마음도 버리고 가는 마음도 무겁구나…'로 시작하는 '반달'을 부르자 객석은 일순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열화와 같은 박수 속에 장씨가 '대전부르스'와 '동백아가씨'를 연이어 열창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마지막 곡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원 김상민씨(35)는 "평소 직장생활이 바빠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었는데 오늘 공연을 통해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맛보았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오면 더욱 자주 이런 공연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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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