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이 마주 달리며 충돌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MBC PD수첩과 황우석 교수팀간의 파국을 막을 묘안은 없는 것인가. 극한 대립 상태를 풀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인가. 국내 과학계는 대체적으로 언론기관이 과학자의 연구성과를 '검증'하겠다는데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학연구에서 `아마추어'가 검증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과학자의 자존심을 내세울 단계는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든 제동을 걸지 않고서는 한쪽이 이기거나 패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만약 양측의 대결이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행될 때 그것은 누군가의 표현대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PD수첩이나 황 교수팀 등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경우는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며 "만약 PD수첩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들이 받을 충격은 가히 '정신적 IMF'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사회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반대로 "결국 황 교수팀의 진실이 밝혀지고 PD수첩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날 경우 PD수첩 차원을 떠나 MBC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타격이 막심하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잡하게 얽힌 양측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계 원로들이 중재에 나서야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학계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 전문가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양측이 '제로섬 게임'을 벌여서는 국가적 망신이라는 결과 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정말 큰 일"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국내 과학계는 충분한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과학연구는 다른 과학자의 검증으로 오류 여부를 결정하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유도해야 과학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는 과학계 원로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을 통해 과학계 원로들이 하루 빨리 중재에 나서도록 적극 제안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이정빈 교수도 "물론 언론사가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 나서서 검증하겠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이 문제는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나서서 다시 검사하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관계자는 "논문에 문제가 있다면 과학기술인들이 직접 실험으로 재현을 해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게 상식"이라면서 "현재는 과학기술계의 이러한 자체 검증 시스템을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진위성 논란이 벌어짐으로써 소모성 양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PD수첩의 문제제기는 언론으로서 정당한 것이나 이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PD들이 직접 DNA 검사 등의 검증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은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다시 과학기술계에 진위 검증을 맡겨만 달라고 하기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외국의 공신력 있는 제 3의 기관이 다시 검증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대안도 있는데 그런 기관을 찾기도 힘든 상태"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난자기증 재단'의 이수영 이사장은 "언론이 의혹만 제시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면서 "이번 일로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 개발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지 않았으면 하며 논란이 조속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러브황우석' 운영진인 김이현씨는 "사이언스 등이 검증한 사실을 언론기관이 표적 보도로 검증한다는 자체가 본질에 어긋난다"면서 "정부가 국민들의 정서를 파악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국기헌 김태균 기자 shg@yna.co.kr penpia21@yna.co.kr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