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제2의 SK'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SK그룹의 중국사업이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진화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종의 특성상 기업 간 거래 중심으로 펼쳐왔던 사업이 소비자와 접점을 찾는 현지밀착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초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중국사업은 더 이상 해외시장이 아닌 내수시장이다"고 강조한 경영지침과 맥을 같이하는 변화다.


4일 SK 고위 관계자는 "15년째를 맞고 있는 중국사업이 '선(先) 인프라 구축 - 후(後) 소비자 확보'라는 기존 전략에서 소비자 접점사업 구축을 통한 브랜드 파워 및 마케팅역량 강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역점을 둬왔던 석유정제시설 구축 등의 인프라 사업이 중국 정부 규제에 부딪치고 있는 만큼 소비자 중심 사업에서 기반을 강화한 후 핵심 주력사업으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SK네트웍스가 추진하는 석유 도·소매망 구축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9월 선양에 중국지주회사를 설립,동북 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에서 복합주유소 건설 등 지역밀착형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달 말 선양에 복합주유소 1호를 오픈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는 중국 석유도매시장이 개방되는 2010년까지 100개 이상의 복합주유소를 세워 스피드메이트(자동차경정비) 편의점 디지털인화 패션사업 등 다양한 소비자 중심의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인천정유 인수로 아·태지역 4위의 정제능력(하루 111만배럴)을 갖춘 정유회사로 도약하게 되는 SK㈜는 중국 전역에 석유 도·소매망을 구축,이를 통해 정제사업인 업스트림과 아스팔트 등 다운스트림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SK㈜의 아스팔트 사업은 중국의 수입 고급아스팔트 시장에서 점유율 5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SK㈜는 이 같은 목표를 통해 2010년까지 중국에서만 5조원의 매출을 올리고,이 중 60% 이상을 현지법인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분야에서도 소비자 밀착형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5월 인수한 중국 포털업체 비아텍이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공략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도 10월 말 기준 회원 수가 70만명을 넘어서는 등 중국의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중국을 신약개발 및 해외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SK㈜는 2002년 상하이에 의약연구소를 세운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한·중합작 병원 1호인 'SK아이캉'병원을 운영,현지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SK케미칼의 관절염 치료제인 트라스트패치는 현지 임상시험을 끝내고 내년 2월 중국 식품의약품 관리감독국(SFDA)의 승인과 현지 의료보험 의약품 등재를 눈 앞에 두고 있어 중국인들의 엄청난 수요가 예상된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