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결정의 지혜'(자오광종 지음,김태성·김산화 옮김,흐름출판)를 내심 반가운 마음에 보게 된 것도 내년을 계획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갈 것인가,물러날 것인가,다툴 것인가,양보할 것인가,믿을까,의심해볼까,깨끗함을 택할까,기회를 잡을까…. '결정의 지혜'는 동서고금의 역사 속 인물들이 인생을 좌우하는 사고와 행동 원칙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 하는 문제를 보여주는 책이다. 범려,유비,조조,주언라이,마오쩌둥,베토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의 중요한 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할 53가지 지혜를 펼쳐 보여준다.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중요한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마주치게 된다. 나의 경우 1997년 말 부도 직전의 한국전기초자에 부임했을 때 인원을 감축하고 자산을 처분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할 것인지,아니면 기존 자원을 모두 살리면서 효율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었다. 또 2002년 초에 이스텔시스템즈 경영을 맡았을 땐 이 회사의 목표를 통신장비 종합회사로 할 것인지,전문회사로 집중할 것인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도 맞았었다. 우리는 먼저 이 세상을 살다간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 경험의 교훈을 통해 안목과 통찰력을 키우고 결정의 지혜를 쌓아야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어려움과 쉬움' 장을 보면 현장 확인의 결정방식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기원전 684년 제환공은 포숙아를 대장으로 하여 노나라를 공격했다. 상대적으로 소국이었던 노나라는 힘이 부족했지만 전 국민을 동원해 결전을 벌이기로 했다. 평민이었던 조귀는 제나라가 북을 울리면서 공격을 해도 꿈쩍하지 않다가 기운이 빠진 상대방을 향해 진격하여 승리를 얻었다. 또한 제가 후퇴하자 그냥 쫓아간 것이 아니라 병거의 자국이 황망함을 확인하고 적을 퇴치할 수 있었다. 조귀의 창의적 전략은 인간에 대한 학습과 통찰과 열정에서 나왔다. 또한 그 때(時)와 득실과 상황에 따라 나아감과 후퇴,안정과 위험,인내와 저항의 실행을 유연하게 활용함으로써 성공으로 이끌었다. 또 결정되면 신속하게 움직였다. 하나의 전투처럼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신속함이 필요하다. 승리를 위한 진퇴의 여유도 보여준다. "한발 물러섬으로써 훗날을 기약할 줄 아는 것이 약자와 강자의 차이"라고 한다. "필부는 수모를 받으면 곧바로 검을 뽑아들고 작은 것을 참지 못해 큰일을 망친다. 도량이 넓고 능력이 뛰어난 인재는 부드럽게 사람을 움직일 줄 안다." 이 밖에 뜻을 세워야 할 때,명예와 덕망을 지켜야 할 때,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바쁜 삶에 쫓겨 학습을 게을리할 때 등 직장인에게 필요한 선택과 결정의 철칙을 말해주고 있다. 오늘날 기술이나 기교가 뛰어난 사람은 많지만 진정 지혜를 지닌 인재는 흔치 않다.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려 한다면 이러한 지혜를 얻고 폭넓은 사고와 열정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416쪽,1만8000원. 서두칠 동원시스템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