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방에서 게으름도 피우면서 곡도 쓰고 잠도 많이 자는 계절이거든요.10년 동안 노브레인을 하면서 이렇게 바쁜 겨울은 처음이에요. 그래도 바쁜 게 좋죠. 올해는 노브레인 최고의 해예요." 활동 10년째를 맞는 펑크록밴드 '노브레인'이 4집 앨범 '보이스, 비 앰비셔스(Boys, Be Ambitious)'를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3.5집 '스탠드 업 어게인!'의 수록곡 '넌 내게 반했어'로 뭇 젊은이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놓은 지 1년 만이다. '불대갈' 이성우(보컬), '보보' 정민준(기타), '쟈니' 정재환(베이스), '흉가' 황현성(드럼)으로 구성된 이들은 여전히 그대로인 에너지를 몰고 나타났다. 인터뷰 순서는 뒤죽박죽이었고 네 명이 입을 모으는 아이돌 그룹식의 정갈한 맛도 없었지만 목소리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또렷했다. "3.5집의 '넌 내게 반했어'가 기대와 달리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감추는 것보다 드러내는 데 매력을 느꼈나봐요. 대중의 귀가 이제 트인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2집 때까지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심각해야 하는지 즐거워야 하는지 방향성을 놓고 갈등했다. 이후 '삼청교육대' 출신 기타리스트 정민준을 새로 영입했고 3.5집을 정말 즐겁게 만들었다. "그때 '심각해서 될 문제가 아니구나, 우리가 즐겁게 하니까 사람들도 좋아하는구나'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도 신나게 작업했죠. 녹음하기 전에 만들어놓은 수십 곡을 다 없애고 넷이서 '룰루랄라' 놀면서 만든 노래들로 4집을 채웠어요." 그래서인지 4집 앨범은 타이틀곡 '미친 듯 놀자'부터 예술성보다 오락성이 유별나게 높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려가는 '승리를 향해', 'KIN', '1!2!3!4!', '새빨간 거짓말' 등 머릿속에서 잡생각을 말끔하게 정리해준다. 제멋대로인 인터넷 세상에 일침을 놓는 'KIN', 노브레인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발라드곡 '웃으며 지낼 수 있어', 두 주먹 불끈 쥐게 만드는 '나를 외친다'도 손에 꼽을 만한 트랙. '세상의 소년들아 소녀들아/우리는 어두워진 세상 속 날개 잃은 천사다/그들의 권위와 폭력들을 파괴하여라/모진 이 세상을 변화시켜라/Boys, be ambitious Girls, be ambitious'('보이스, 비 앰비셔스' 중) 앨범 제목과 같은 '보이스 비 앰비셔스'는 '바다 사나이', '청년폭도맹진가'. '청춘 98', '스탠드 업 마이 프렌드'에 이어 노브레인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단단한 돌멩이다. 이 노래는 이성우가 병원에서 만난 폭주족 친구를 보고 쓴 작품. "잠깐 병원에 입원을 했었어요. 어린 폭주족 친구와 같은 병실을 썼는데 그 친구는 재활할 생각도 않고 친구들을 불러서 술을 마시고 놀더라구요. 처음엔 왜 저러나 했는데 나중에 저 친구들도, 땀흘려 일하는 친구들도 모두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친구들 모두 큰 시야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죠." 10년이라는 시간은 피 끓는 스무 살의 이들을 어느새 이십대 후반, 삼십대에 데려다 놓았다.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팬들과 같이 늙어간다는 점과 어렸을 때는 쓸 수 없었던 가사를 쓴다는 점,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장점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을까. 노브레인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펑크록을 할 수 있었던 힘은 뭘까. 야망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이들은 '중독'이라고 잘라 말했다. 황현성은 2003년 손을 다쳐 의사로부터 '다시는 드럼을 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진단도 받았다. 그때 손에 붕대를 감은 채 드럼 세션이 합류해 연주하는 노브레인의 공연을 봤다. "미치는 줄 알았어요.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서 죽을 뻔했어요. 공연은 중독이에요. 멈출 수가 없어요. 네 명이 모여 하나를 만들어낼 때의 쾌감과 희열, 동질감 때문에 계속 음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아마 워낙 게을러서 앞으로도 노브레인으로 음악을 하게 될 거예요. 만두거나 다시 시작하는 것도 부지런해야 하거든요. (웃음)"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