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도시들 가운데 브랜드나 질이 똑같은 상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홍콩이었다.


시드니 도쿄 서울 등은 쇼핑에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도시 1∼3위에 꼽혔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5일 "최근 2년간 아시아 11개 도시에서 팔리는 똑같은 제품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홍콩이 평균적으로 가장 저렴했다"고 보도했다.


그 다음은 마닐라(2위) 방콕(3위) 쿠알라룸푸르(4위) 싱가포르(5위) 상하이(6위) 자카르타(7위) 타이베이(8위) 등이었으며 서울(9위) 도쿄(10위) 시드니(11위) 등 3개 도시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일반적인 물가 외에도 환율 세금 관세 등이 가격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홍콩은 언뜻 보기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거리 곳곳마다 즐비한 명품 백화점들 때문에 쇼핑하기에 '비싼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액세서리 화장품 전자기기 등은 홍콩이 아시아에서 가장 싸게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달러에 고정돼 움직이는 환율 페그제 덕분에 지난 2002년부터 홍콩달러는 미 달러와 마찬가지로 꾸준한 약세를 보여왔다.


홍콩으로 놀러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할 경우 더 많은 홍콩달러를 받을 수 있어 체감으로 느끼는 상품 가격은 그만큼 저렴하다는 얘기다.


2003년부터 중국 본토에서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 점도 홍콩 내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시켰다.


원산지 '가격 정보에 정통한(price-savvy)' 중국인들이 쇼핑에 나서면서 홍콩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은 아시아 도시 중 술값이 제일 비싼 도시로 꼽혔다.


이 때문에 주당들이 '주머니 사정' 걱정 없이 술을 마시려면 주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닐라 상하이 타이베이 등을 찾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시드니가 쇼핑하기에 가장 비싼 도시가 된 이유는 호주의 경제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호주 경제는 최근 2∼3년간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으며,호주달러 역시 미국 달러 대비 20% 이상 가치가 올랐다.


외국인들이 시드니에서 상품을 구입할 경우 그만큼 가격이 오른 셈이다.


AWSJ은 "현명한 소비자라면 해외 출장에 맞춰 원하는 상품의 구매 계획을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