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전세계 무역 시스템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적이 많다. 특히 농업분야 수출보조금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WTO에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중국이 자유시장경제 개혁을 지속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1년 WTO에 가입했다. 중국은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의 주요 무역상대국이 됐다. 세계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년 전 1.2%에서 지난해 6.7%로 커졌다. 4년 전 중국은 전세계에서 9위 수출국이자 10위 수입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수출과 수입 모두 미국과 독일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급부상했다. 문제는 중국이 이처럼 막강해진 경제적 영향력을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벌어진 일이다. 독일은 중국의 고속열차 관련 계약을 따내려는 지멘스를 위해 중국이 원하는 유럽연합(EU)의 무기금수 조치 해제를 위해 중국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같은 사례는 중국을 세계무역 시스템에 완전히 통합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은 WTO 회원국이면서도 자유시장경제 개혁과 시장개방의 수준이 너무나 미흡하다. 또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된 중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여전히 전 세계 기업들이 우려하는 문제다. WTO 가입으로 중국은 정해진 규칙에 따르도록 강요받고 이를 어기면 벌칙을 받게 됐다. 이처럼 WTO 회원국이기 때문에 중국에 부과된 법적 의무 덕분에 중국내 개혁론자들은 힘을 얻게 됐고 중국의 무역상대국들은 중국에 대해 규칙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 이제 남은 일은 이 같은 수단을 가지고 중국이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갖추는 것을 더욱 촉진시키는 것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중국의 지난해 교역규모가 1조1000억달러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일은 WTO와 그 회원국들의 최우선 임무가 돼야 한다. 논쟁이 되고 있는 농업분야 수출보조금 문제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중국의 자유시장경제 개혁을 유도하는 것만큼 필수 사안은 아니다.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농업 관련 무역장벽을 허물면 개발도상국들에 연간 300억달러의 혜택이 돌아간다. 하지만 이는 개도국들이 농산물의 자유로운 교역을 위해 자신들의 농업분야 무역장벽을 철거할 경우 예상되는 1100억달러의 이익보다는 적다. 개도국들은 스스로 쌓아올린 무역장벽부터 살펴봐야 한다. 자신들의 무역장벽은 지키면서 선진국들엔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는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해선 안된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 ◆이 글은 앨런 옥슬리 전 GATT 호주대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Prioritizing China at the WTO'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