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의 정현왕자(이서진)를 호위하는 여장수 윤소하(윤소이)의 몸가짐은 절제돼 있다.


그녀는 암살단의 공격을 피해 뛰어든 물속에서도 주군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그녀는 또한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한다.


심지어 자신을 죽이려는 악당들에게도 반말하지 않는다.


김영준 감독의 '무영검'은 무협영화로는 독특한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다. 정현왕자도 근엄한 왕족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때때로 잔꾀를 부려 도망치는 희화화된 인물이다. 저잣거리의 상인 역시 코믹하다. 아예 코미디 배우가 배역으로 나선다. 이처럼 다채로운 캐릭터가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를 따라가던 관객에게 숨돌릴 여유를 준다.


액션도 완급이 조절돼 있다. 비극적인 개인의 과거사,탐욕과 배덕에 관한 에피소드가 액션신 사이에 삽입돼 감정의 흐름을 살려낸다.


정현왕자와 윤소하,거란검객 매영옥(이기용)과 악당 군화평(신현준)의 남녀관계는 슬픈 역사에 희생된 사랑이란 주제를 효과적으로 응축하고 있다. 액션에 치중한 나머지 캐릭터가 실종되고 감정의 디테일도 포착하지 못했던 한국무협영화 '무사''비천무''천년호' 등에 비해 한단계 발전했다.


게다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발해사를 다뤘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발해역사는 사극이 아니라 팬터지 양식으로 제시된다. 무사의 몸이 공중에 떠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칼을 휘두르면 연못의 물이 분수처럼 솟구친다. 화살에 목이 날아가고 칼에 찔리면 몸이 폭탄세례를 맞은 것처럼 가루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영화 전편에는 분위기 있는 정서가 흐른다. 무사들이 지붕 위로 날아 다니며 대결하는 액션신은 '와호장룡'처럼 부드럽게 묘사돼 있다. 천박한 인물로 그려지기 쉬운 악의 수괴도 나름대로 품격을 갖췄다.


그러나 중국무협영화에 비해 액션신은 여전히 부족하다. 배우의 서툰 칼솜씨를 보완하기 위해 편집효과(조각난 장면들로 연결시키는 기법)에 너무 기댄 나머지 점프컷이 많아졌다.


가령 등장인물이 역동작에서 적의 공격을 받는 장면 다음에는 어느새 자세를 정비하고 역공을 취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식이다.


17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