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남대문)은 국보 1호인데 흥인지문(동대문)은 왜 보물 1호일까? 국보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국보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책 '국보 이야기'(이광표 지음,작은박물관)가 나왔다. 숭례문에서 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좌상까지 국보 307건의 역사와 에피소드,500여컷의 참고 도판을 실었다. 세부목록과 소재지,소장처,특징과 감상 포인트까지 실어 흥미를 더한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는 국보의 지정과 역사에서부터 도난과 약탈,훼손과 복원,가짜국보와 문화재 사기극 등 숨겨진 사연을 하나씩 불러내 찻집에서 조곤조곤 얘기하듯이 들려준다. 특히 수덕사 대웅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을 남성미와 여성미로 대비시키는 등 국보를 비교감상하는 대목에서 그의 '내공'이 돋보인다. 첫장은 국보와 보물의 차이부터 살펴본다. 국보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치있는 전통 문화유산을 뜻한다. 그래서 역사·예술적 가치가 크고 제작 연대가 오래됐으며 그 기법이 우수하고 품질 용도가 특이한 것이 국보다. 최소한 50년 이상 돼야 문화재 가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100년 이상 된 것을 국보의 기준으로 삼는다. 숭례문이 1398년에 건축된 절제미의 최고봉인데 비해 흥인지문은 1869년에 새로 지은 장식적 건축물이라는 것을 비교하면 국보와 보물의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국보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것도 '속된 일'이긴 하지만 재미있다. 물론 보험가로 추론하는 정도다. 가장 높은 보험가를 기록한 국보는 금동반가사유상(83호)으로 500억원이 훨씬 넘는다. 두 번째는 같은 이름의 국보 78호. 1998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관 개관기념 특별전에 출품할 때 300억원이 넘는 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는 '몸값'과는 다르다. 문화재 이동에 신경을 쓰는 만큼 상징적으로 정한 최소기준일 뿐이다.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부르는 게 값이다. 이렇듯 '일반독자들이 흥미를 갖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쓴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344쪽,1만5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