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분 < KEDI 평생교육센터소장 jblee@kedi.re.kr > 지난주 서울의 백범기념관에서는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마련한 '2005 문해정보화 백일장'이 열렸다. 여기에는 전국문해교육기관의 예선을 거친 150여명의 성인학습자가 참석했다. 문해 즉 문자해독은 일상적인 활동 가운데 가정,일터 및 지역사회에서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문해교육이 필요한 초등학교 졸업 미만의 학력을 소지한 인구는 무려 24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비문해자들은 문자를 알지 못함으로 이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지도하기란 쉽지 않다. 현장 문해교육기관에서는 한글 지도와 이후 컴퓨터 지도 두 단계의 과정으로 학습자를 지도한다. 컴퓨터 지도과정에 있어서는 몇대 안 되는 컴퓨터로 공부를 해야 하기에 성인학습자들은 사전에 컴퓨터 작동연습을 한다. 필통을 마우스 삼아 좌우로 돌려 보고,위 아래로 끌고 당기는 연습을 한다. 성인학습자들이 한글만을 배우러 다닐 때에는 남들 다 아는 한글을 배운다는 것이 너무도 부끄러워 숨어서 몰래 공부했지만,한글공부 이후 컴퓨터 공부를 하게 되면서부터는 오히려 주변에 자랑하고 싶어,집에 컴퓨터가 없는 데도 컴퓨터 교본을 매번 들고 다닌다고 문해교육기관의 선생님은 말한다. 그런가 하면 한 성인학습자는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글자가 만들어지는 게 너무나도 신기하고,한글도 몰랐던 내가 이제 e메일을 배워 편지도 보내고 금방 답장을 받아보면서는 딴 세상을 사는 것 같다"고 경험을 털어 놓는다. 백일장에 참석한 이들은 전국문해교육기관의 예선을 통과해 최종 백일장 출전의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당연히 축하받을 만하다. 그러나 예선을 통과하고도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 백일장에서 만난 아름다운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경비가 부족해 백일장 참가대상 세 사람 중 한 어르신만 이 자리에 모시고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은 아름다운 학교뿐만은 아니었다. 사실 대부분의 문해교육기관은 후원이나 자원봉사로 이뤄지고 있어 재정이 열악하다. 현재 우리교육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화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 여러가지 이유로 학습의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못배운 한을 풀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들에게는 아직 의무교육의 권리가 주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배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큰 용기를 내어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비문해 성인학습자를 위해 이제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적극적인 대처가 조속히 이뤄져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