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원장 재직기간 1999.12∼2001.3) 신 건(2001.3∼2003.4)씨가 불법감청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역대 정보기관장 수난사에 한 페이지를 더했다. 정보기관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중앙정보부장에서 국가안전기획부장, 국가정보원장 등으로 그 명칭은 바뀌었지만 재직기간 휘둘렀던 막대한 권력에 뒤따르는 `후환'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없이 반복됐다. 기반이 취약한 권력을 지탱하는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권력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지만 권력다툼 끝에 비참한 말로를 맞거나, 재직 중 음지에서 저지른 전횡들이 훗날 드러나면서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그때 그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바 있는 김재규(1976.12∼1979.10) 전 중앙정보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살해하고 자신도 이듬 해 5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또 무려 6년3개월을 중정부장으로 재직한 김형욱(1963.7∼1969.10) 전 부장은 퇴임후 미국으로 망명, 유신정권을 비난하다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뒤 아직도 그 죽음의 진실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일대사로 재직하다 중정부장으로 발탁된 이후락(1970.12∼1973.12) 씨도 재임중 2인자로 군림했지만 대통령의 신임을 잃자 영국령 바하마로 망명길에 올랐고, 귀국후에도 지금까지 은둔생활을 해야 했다. 안기부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세동(1985.2∼1987.5) 전 안기부장은 5공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5공정권이 끝난 뒤 수차례 구속됐고, 6공때 안기부장을 지낸 이현우(1992.10∼1993.2)씨는 1995년 11월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장을 지낸 권영해(1994.12∼1998.3)씨도 DJ정권 출범후 `총풍'과 `북풍' 등 각종 공안사건 조작 및 안기부의 공기업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 등에 연루돼 철창신세를 졌으며, 검찰 수사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형집행정지 상태여서 아직도 치러야 할 전횡의 대가가 남아있다.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출범한 김대중 정부 시절의 정보기관장도 퇴직후 돌아오는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햇볕정책의 전도사격인 임씨와 검찰 출신으로 검찰과 국정원의 요직을 두루 섭렵하다 시피했던 신씨는 이번에 나란히 구속됨으로써 정치개입.불법도청 없는 국정원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여망을 무너뜨렸다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