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호 < 한국증권업협회 회장 > 정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해 증권 선물 자산운용 및 신탁회사 간 경영을 제한하는 세분화된 전업주의를 철폐하고,각 부문 영업을 한 회사에서 모두 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통합 자본시장법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유가증권에 대한 정의를 규제적 성격이 강한 기존의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포괄적 개념의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 적용하게 될 것이다. 이미 강한 금융시장을 가진 대다수 선진국들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구상이 실행에 옮겨지면 그 긍정적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보이는데,자본시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만큼 이를 '금융강국을 향한 출사표'로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럼 이번 발표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우리 자본시장 미래상을 간략히 그려 보자.우선 경쟁력 있는 금융투자회사는 증권 선물 자산운용 및 신탁업을 아우르면서 국제경쟁력 확보에 꼭 필요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시장참여회사들의 구조조정이 실질적 시장논리에 의해 금융시장에서 이뤄지는 선진형태의 경쟁풍토가 자연스레 조성될 것이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금융회사의 대형화ㆍ전문화가 추진돼 국내자본의 투자은행 탄생이 가능하고 국가경제의 장기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자본시장 개방 이래,특히 IMF 금융위기 이후 우리의 대규모 기업금융 프로젝트는 외국투자은행이 독차지해오고 있다. 지금 같은 국제화 시대에 외국자본을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단지 너무 높은 금융산업 대외의존도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며,정말 중요한 국가적 프로젝트에서는 우리 자본의 투자은행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잘 육성된 토종 투자은행은 국내 상황이나 정보에 외국사보다 더 정통하기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는 양질의 금융서비스는 물론,대형화를 통해 위험을 자체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도 공급할 수 있다. 적어도 국내시장에서는 경쟁력 면에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이 업그레이드되고 우리시장의 저평가 현상도 점차 해소될 것이다. 선진국의 예를 볼 때에도 자본시장은 고령화 시대의 연기금 운용과제 등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 해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계획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업계에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제 금융업계는 법적 또는 제도적 미비를 핑계로 구조조정을 지연할 수 없는 급박한 환경변화를 코앞에 맞고 있다. 누차 강조하지만 업계를 선도해야 할 대형사들은 하루빨리 주식중개 위주의 단순 수익모델에서 탈피,종합투자은행으로 부상할 장기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중소형사들은 지금부터 선택과 집중을 전제로 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어느 분야를 택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며 여기에 선진국 성공사례 벤치마킹이 유용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업계의 정보공유와 협회 연구기관 등 공적기관의 지원이 긴요할 것이다. 이번 정부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앞으로 국회를 거치는 등의 법적 절차가 시작될 것이다. 국가경제의 미래와 우리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추진되기 바라며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사실 이번에 발표된 자본시장 관련 계획은 우리 경제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준비하면 그 동안 잃은 시간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증권업계도 합심해 만반의 준비에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