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영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sylee1657@kita.net >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나 감소했다. 주종 수출 품목인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컴퓨터 의류 등이 일제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총 수입이 13% 이상 증가하고,주요 경쟁국의 대미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더욱 우려된다. 최근 대미수출 부진은 중국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경쟁국의 시장 잠식,섬유쿼터 철폐,우리기업의 설비 해외 이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서 그 요인이 구조적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회복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는데 최근 대미수출 부진으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FT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미국이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 축소,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등 몇 가지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협상개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몇 년째 끌어오고 있는 스크린쿼터 문제의 경우 우리 영화산업의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고 최근 수년간 우리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쿼터를 상회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제는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쇠고기 문제도 우리가 일본보다 먼저 수입을 재개할 수 없다는 명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식품 검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국민과 유럽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으며 일본도 지난해 말 생후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재개를 합의하였고 조만간 수입을 재개할 전망이라고 한다. 게다가 해마다 미국을 방문하는 60만명 이상의 우리 국민,그리고 미국에 체류하는 교포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쇠고기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수입재개가 바람직할 것이다. 미국과의 FTA는 우리가 원한다고 항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다소나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을 놓치면 앞으로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특히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이 2007년 중반 종료되므로 그 전에 양국 간 협상을 마치려면 늦어도 내년 초에는 협상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이번주 부산에서는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회의 기간 중 한·미 정상이 만나는 좋은 기회를 활용해 양국 간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미 FTA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는 올해 말까지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