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현자)은 제89회 정기공연으로 17-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매창(梅窓)-매화, 창에 어리다'를 올린다. 다른 창작무용 작업단체들과 마찬가지로 국립무용단 역시 궁극적으로는 '한국적 현대무용의 창출'이라는 숙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다고 믿는 김현자 예술감독이 '바다'와 '비어 있는 들'에 이어 올리는 세번째 대작이다. 늦겨울 어느 날, 문득 내다본 창밖에 추위를 잊은 듯 피어 있는 매화 한 송이…. 모진 겨울, 옥 같이 차디찬 고독 속에서 피어나는 매화. '아름다움'이란 '앓음'에서 파생된 말이라는 설이 있다. 모질고 힘든 세월을 이겨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높고 깊은 아름다움의 세계. 매화 한 송이에 세상사의 모든 이치가 들어 있다. 이번 작품은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을 안무자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보는 고품격 이미지 댄스다. 남녀 무용수들이 소리를 곁들여가며 펼쳐보이는 춤은 퍼포먼스에 가깝다. 표정 연기와 절제된 움직임, 무리 지은 대형의 이동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런가 하면 '설중한월' 부분에서는 춤의 색채가 확연히 달라진다. 남녀 8명 혼성군무는 무용수의 개성 있는 기량으로 변주되고 그 질감은 전혀 다른 맛을 낸다. 특히 솔로이스트들은 저마다 색다른 움직임과 개성으로 빛을 발한다. 울먹이며 춤추는 장현수의 팔의 뒤틀림과 부드러운 동체의 변환, 짧게 끊어지는 시구(詩句) 내뱉기와 따라하기, 최진욱 이정윤 조재혁 최진희 전정아가 가세한 5인무에 이어 문창숙과 정길만 등이 합세하는 8인무는 남녀 무용수들의 움직임 접합과 춤 기량만으로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안무 김현자, 작곡 강은구, 무대 박동우, 영상 서양범, 의상 이미현, 조명 박정수, 음향 오진수, 무대감독 김영봉, 조안무 이문옥ㆍ김윤수, 사진 이재환 등. 이지영 조은하 여미도 장현수 김미애 이정윤 최진욱 조재혁 등 국립무용단원 30여명이 출연하며 조성주(서예전각가) 김혜경(정가) 이현송(바이올린)이 특별 출연한다. 연주단은 김희성 김유라(정가) 김철(피리) 박소연(해금) 등 8명. 공연 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 입장료 2만, 3만, 5만, 7만원. ☎02-2280-4115~6 www.ntok.go.kr (서울=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yes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