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 메가스터디 원장이자 언어영역의 대표적 스타강사인 이석록씨(47).2004년 2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그는 '공교육의 희망'으로 일컬어졌다. 화곡고등학교(사립)에 근무하면서 이씨는 7차 교육과정 국어교과서와 50여권이 넘는 언어영역 참고서를 썼다. EBS 수능 언어영역·논술 강의 경력도 7년에 달한다. 화곡고 학생들 사이에서 이씨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EBS 스타강사의 명강의를 학교 교실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학생들은 열광했다. 이씨는 금전적으로도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교사 봉급과 문제집 인세,EBS 출연료 등을 합해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이씨의 연 수입은 1억3000만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가장 성공한 교사로 칭송받던 이씨가 20년간 몸담았던 교단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그의 '스타성'을 못마땅해 하는 선후배 교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EBS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나를 '입시교육의 원흉'으로 몰아가는 교사들이 많았다"며 "보수적인 교사사회에서 돌출행동은 환영받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씨 외에 EBS 강사로 명성을 날리던 교사 중 교직을 그만두고 학원행을 선택한 사람들은 언어영역의 김주혁,과학탐구의 공창식,사회탐구의 김동일씨 등 20명이 넘는다. 언어영역에서 이석록씨와 함께 '쌍벽'으로 불리는 이만기씨 역시 문일여고 교사 출신이다. 이들이 교단 대신 학원가를 선택한 이유도 대체로 이씨와 유사하다. 스타교사의 이탈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영재들을 가르치는 보람이 남다르다는 특수목적 고등학교에서도 많은 교사가 학원가로 빠져나간다. 실제 학원가에서 활약하는 강사의 상당수가 특목고 출신 교사들이다. 재수생 학원으로 유명한 대성학원의 경우 특목고 출신만 십여명에 달한다. 강남대성학원 수학 강사 중 박보경,오성훈씨 등은 민족사관고,이희종씨는 한성과학고 출신이다. 송파대성학원의 경우 영어과의 김성철씨는 서울과학고에 재직했고,수학과의 조계성씨는 명덕외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메가스터디의 박승동 수리영역 강사는 서울과학고 교사 출신이다. 대원외고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다 최근 종로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정 모씨는 "열심히 노력해도 학교나 동료 교사들로부터 인정받기 힘들다는 점은 일반 인문계고나 특목고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교단을 떠난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은 38만명(유치원,특수학교 제외)에 달하는 전체 교사에 비하면 소수다. 사직 사유를 '이직'이라고 분명히 밝힌 교사는 2004년 257명,2005년 266명에 그쳤다. 문제는 학교에 계속 남아 있는 교사들도 임용된 후 몇 년이 지나면 임용 초기의 열정을 잃어 버린다는 점이다. 서울 성보고의 양진승 교사는 "교사로 임용된 뒤 얼마 동안은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고 수업에도 열의를 보이지만 교단에 선 지 3~4년쯤 지나면 '욕먹지 않을 만큼'만 일하는 '복지부동형'으로 바뀌어 간다"며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뒤따르지 않는 보상 체계와 과도한 행정업무 등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양 백영고의 문숭봉 교사는 "능력 있는 교사를 지치게 하는 교단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교원평가제 등 객관적인 평가요소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젊은 교사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에 가입하지 않는 것도 교원단체가 지향하는 노선으로는 침체된 교단 분위기를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