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북아 선박금융 허브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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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 해양수산부 장관 >
최초의 선박펀드를 통해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된 유조선이 9일 역사적인 명명ㆍ출항식을 가졌다.
'동북아 1호 선박투자회사'에 투자한 일반 국민들이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다.
작년 초 처음으로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출시된 선박펀드는 모두 33개,즉 33척의 선박과 21억달러를 상회하는 자금이 선박펀드를 통해 조성됐으며,이로 인해 260만t(총t수 기준)의 선복량 증가를 가져왔다.
선박펀드의 도입 배경은 1997년의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의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함에 따라 장기차입을 통해 구매했던 선박 약 125척을 매각해야 했다.
또 국가신인도 하락과 금융 여건의 악화로 국내외 금융회사로부터 선박구매자금을 차입할 수 없어 해운기업들은 선박을 새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는 해운기업의 성장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고 업계ㆍ학계와 선박확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한 끝에 선박펀드,즉 선박투자회사 제도를 도입했다.
선박투자회사 제도는 선박확보 자금을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해운기업은 선박을 담보로 선가의 약 70~80%를 금융시장을 통해 차입하고 나머지 20~30%의 금액은 자기자금을 투자하거나 추가담보를 제공해 금융권에서 빌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 20~30%의 자금을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든 것이 선박투자회사 제도다.
선박은 필요하지만 유동성이 부족해 투자할 자금이 없고,추가담보를 제공할 여력이 없거나 높은 이자가 부담스러운 해운기업에 새로운 선박 확보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독일 노르웨이 등 몇몇 해운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독일에는 KG(Kommandit Gesellschaft)펀드라는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투자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독일은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선박건조에 투자하는 사람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했고 1980년대부터 이 펀드의 선박에 대한 투자가 크게 팽창했다.
세계 컨테이너 용선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지배력이 강하다.
이렇게 활성화되자 1999년부터는 세제혜택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30억유로가 조성되는 등 대중적인 투자제도로 완전히 정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선박투자회사 제도도 도입 이후 초기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
정부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박금융의 발달이 필요함을 인식했고,이 제도가 시중 유동자금을 산업투자자금으로 유입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로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선박투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한 소득공제,개인투자자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조치 등 다양한 조세감면 혜택을 부여했다.
이제는 이 제도를 잘 가꿔나가야 하는 책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해운산업은 완전경쟁에 가까운 산업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가장 낮은 이자의 선박 건조자금을 늘 찾아다닌다.
경쟁력 있는 선박금융구조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으면 외국의 해운기업들도 우리의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는 세계 3대 조선국과 세계 유수의 해운기업이 포진한 지역이다.
따라서 선박건조자금의 수요가 어느 곳보다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선박투자회사제도와 같은 선진 선박금융 기법은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초로 도입했다.
제도 정착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선박운용 업계의 다양한 금융기법 개발을 위한 노력이 병행된다면 선박투자회사 제도는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선박금융 중심으로 나아가는 데 초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