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두산 회장이 4일 두산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전격 사퇴하자 재계는 충격과 당혹감 속에 이번 일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반기업 정서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산업에 대한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대기업의 '소유-지배 구조'를 분리해야 한다는 기업 비판론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말도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박 회장의 사퇴 소식을 접한 뒤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며 "경제계가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하지만 검찰 수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공식적인 논평은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계의 한 원로는 "재계 입장에선 2003년 10월 손길승씨가 전경련 회장직을 중도 사퇴한 아픔을 뒤로 한 지 불과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런 일이 생겨 곤혹스럽다"며 "박 회장이 용단을 내린 만큼 모든 문제가 원만하게 수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대한상의. 박 회장이 2000년 회장직을 맡은 이후 조직 개편 및 사업 활성화를 통해 대한상의의 위상을 높여 왔고 올해 세계 155개국 상공회의소 연합체인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에 선임되는 등 어느 누구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회원 기업의 권익을 위해 누구보다도 열과 성을 다해 온 박 회장의 사임은 대한상의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이번 두산 사태가 재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지난 7월 박용오 전 두산 회장의 고발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예고된 악재'가 터졌다는 해석도 있지만 오너의 중도 퇴진 그 자체가 갖는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