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최대 수출지인 미국 시장이 심상치 않다.


사상 유례없는 고(高)유가와 허리케인(카트리나) 충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금리 상승세로 인한 할부금융시장 축소,할인판매 중단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이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내 '빅3'의 시장점유율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현대·기아차의 상승세도 제동이 걸렸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요타를 비롯한 몇몇 일본 업체들만 성장을 지속,미국 시장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연료 효율이 높은 소형차 판매 마케팅을 강화하고 뉴그랜저(TG)를 비롯한 신차를 잇달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흔들리는 미국 시장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총 114만6945대로 작년 동기에 비해 14.1% 줄었다.


1998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 내 '빅3'도 된서리를 맞았다.


GM은 지난달 25만3547대를 팔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5.9%나 줄었다.


포드도 10월 판매량이 25.7%나 줄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만 3%의 판매감소세로 근근이 버텼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지난달 미국 내 판매량이 각각 10.8%와 10.2%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미국 시장도 좋은 시절이 끝났다"(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CEO)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도요타는 10월 중 미국 내 판매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3% 늘었다.


하이브리드카(휘발유·전기 혼용차) 프리우스와 소형차 사이언(Scion) 판매가 증가한 덕분이다.


혼다와 미쓰비시의 판매량도 각각 0.4%와 1.4%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업체들이 미국 '빅3'의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면서 "노조에 대한 과도한 복지혜택 등으로 발목이 잡힌 GM을 비롯한 미국 업체들이 쉽사리 살아날 기미가 없기 때문에 도요타의 독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신차와 소형차로 공략키로


현대·기아차는 새차를 잇따라 선보이고 강점이 있는 소형차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해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새차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연료 소비가 적은 중소형차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우선 다음 달 뉴엑센트(국내명 뉴베르나)를,내년 1월께 아제라(국내명 뉴그랜저)를 미국에서 출시한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 미니밴 엔투리지(그랜드 카니발 변형모델)와 뉴싼타페(프로젝트명 CM),뉴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XD),테라칸 후속모델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고유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소형차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소형차 수요 증가 추세에 맞춰 엑센트와 엘란트라의 딜러 공급량을 크게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또 미국 시장의 위기 상황을 마케팅 강화로 돌파키로 하고 딜러망을 대폭 확충키로 했다.


현대차는 현재 678곳인 현지 딜러수를 내년 말까지 750개로 늘리고 현대차만 파는 단독 딜러수도 300개에서 370개(49.3%)로 확대키로 했다.


기아차도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판매거점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단독 딜러의 비중을 9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가동률이 현재의 70% 수준에서 연말에는 90%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신차가 잇따라 나오는 데다 브랜드 이미지도 높아지고 있어 조만간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