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이 외국인 이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 기업의 이사회는 대부분 미국인들로만 구성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시장조사업체인 스펜서 스튜어트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지난 10월 말 현재 유럽의 대기업(99개사 조사) 가운데 90%는 외국인 이사를 적어도 1명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미국 대기업(149개사)의 경우 그 비율이 35%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기업들은 이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외국인 영입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사회가 내국인들로만 구성될 경우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기 어렵고,다른 나라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자체 내수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특별히 외국인 이사를 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연 매출 800억달러 중 3분의 2가량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컴퓨터 제조업체 HP도 이사회는 모두 미국인들로 채워져 있다. 매출의 2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월마트도 최근 들어서야 호주 출신 이사를 모셔왔을 뿐 종전까지는 미국인들로만 구성된 이사회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미국인들만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한 시각을 얻기 어렵고 해외 시장 진출시 현지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회사인 크리스천&팀버스는 "지난 92년 월트디즈니가 프랑스에 유로디즈니 놀이공원을 건설한 이후 해마다 적자에 허덕였던 이유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프랑스인 이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인들로만 구성된 이사회를 가진 회사가 유럽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WSJ는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지만 정작 이사회에 중국인 이사를 둔 기업은 거의 없다"며 "이사회의 다양성을 부르짖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