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7년여 만에 900원(100엔당)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 들어 일본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통화들이 미 달러화에 약세(환율 상승)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한국 원화만 상대적으로 강세를 기록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외환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 강세 현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탈 경우 중장기적으로 원·엔 환율도 점차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화 강세,엔화 상대적 약세


원·엔 환율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1009원46전으로 '10 대 1'의 교환비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 1분기 말에는 947원74전까지 하락,'9 대 1'시대로 접어든 이래 꾸준히 내림세를 타다 결국 900원 선마저 붕괴됐다.


원·엔 환율이 이처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일본 엔화의 상대적 약세와 한국 원화의 상대적 강세라는 두 가지 요인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엔·달러 환율은 12.8%가량 오르며(엔화 평가절하)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원·달러 환율은 0.7%가량 상승(원화 평가절하)하는 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엔·달러 환율은 최근 미국과 금리격차 확대,거주자의 해외 투자 증가 등의 요인으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수출기업들이 끊임없이 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내는 데다 최근에는 하이닉스 지분 해외 매각에 따른 달러 공급 증가 영향으로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력 수출품 가격 경쟁력 약화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 등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그만큼 저렴하게 제품을 들여올 수 있어 이득이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일본제품들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주력 수출품들은 그만큼 가격 경쟁력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무역수지 흑자는 3억달러 정도 줄어들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0.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올 들어 원·엔 환율이 10%가량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원·엔 환율 하락으로만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정도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는 세계 경제 활황에 힘입어 원·엔 환율 하락의 부정적 영향이 대부분 상쇄됐다"며 "그러나 향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원·엔 환율 하락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