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관세장벽 못넘는 도하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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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도하라운드 국제 무역협상은 수백만명을 빈곤에서 구해낼 수 있는 역사적 기회다.
그러나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중대한 각료회담을 겨우 7주 남겨두고 도하라운드는 위기에 빠져 있다.
위기에 빠진 이유 중 하나는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농산품에 대한 높은 관세 장벽을 과감하게 낮추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국제 교역품목 중 가장 심각하게 왜곡돼 있는 부분인 동시에 도하라운드의 핵심 쟁점이다.
도하라운드 중간 점검을 위한 2003년 칸쿤 각료회담이 실패로 끝난 후 도하라운드를 성공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농산품 교역 시장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농산물 관세는 제조 상품 평균 관세보다 다섯 배나 높아 개발도상국들이 농산품 수출을 발판으로 가난에서 벗어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세계 극빈층 중 3분의 2는 농산물을 팔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농산품 교역의 문제점을 시정하면 전세계,특히 개발도상국의 소득과 구매력을 높임으로써 자원 분배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농산품 시장 개방은 직접 원조보다도 개발도상국에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이 서비스와 상품 시장 개방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이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부 선진국들은 자기네 나라 농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만 급급해 관세 등을 동원해 개발도상국의 자국 농산품 시장 진입을 차단해 왔다.
최근 미국은 농가 수출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이처럼 농가 보조금 문제는 어느 정도 협상이 진전되고 있는 것과 달리 농산품 시장 개방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농가 보조금을 양보하겠다고 한 만큼 EU와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은 농산품 관세를 대폭 내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EU는 관세를 50% 삭감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EU는 일부 농산품의 경우 최고 100%에 달하는 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50%로 내려봤자 개발도상국에 큰 도움이 안된다.
EU는 게다가 관세 항목 중 8%는 '민감 품목'이라는 이유로 50%보다도 낮은 관세 인하율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EU가 말하는 분류 항목의 8%에는 수입 농산품 대부분이 포함된다.
EU와 일본이 자신들이 만든 제조상품에 대해서는 모든 상품에 예외없이,'특별 세이프가드'나 '민감 품목'같은 제한을 두지 말고 모든 나라에 10% 이상 관세를 물리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라.이런 상황에서 EU가 농산품 시장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전혀 믿음이 안 가는 얘기다.
EU가 개발도상국이 유럽 농산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관세 인하 조치를 내놔야만 도하라운드가 진전을 보고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도울 수 있다.
그 후에야 선진국들이 바라는대로 서비스와 상품 시장 자유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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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호주 농업장관ㆍ부총리인 마크 데일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미국적 방식(American Way)'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