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는 당권과 차기대권을 한꺼번에 걸고 싸우는 '슈퍼전대'가 될 전망이다.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인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에 복귀,'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지도부가 일괄 사퇴한 가운데 지난 29일 열린 당·정·청 만찬회동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당에서 내각에 와 계신 분들의 경우 전당대회와 관련한 정치적 결정은 당사자들이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해찬 총리와는 계속해서 일을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혀,우회적으로 정·김 장관의 당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당대회는 '올인 승부'=당지도부가 일괄 사퇴하고,노 대통령이 정·김 장관의 당복귀 문제를 당사자들의 자유의사에 맡김에 따라 두 사람의 복귀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는 게 대권도전보다 먼저"라며 두 사람의 복귀를 촉구하는 당내 여론도 무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지도력을 상실한 당을 재건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후보 경쟁에서 자연스레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 역시 이들을 전당대회로 뛰어들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두 사람 외에 지도부 진출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혁규 전 상임중앙위원,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유재건,임채정,김한길,김원웅,신기남,김부겸,김영춘,송영길 의원 등이 그들이다. 여성 의원 중에는 이미경,조배숙,김희선 의원 등의 당직 도전여부가 관심이다. ◆집행위,갈등 예고=임시집행위원회 구성을 놓고 당내 각 계파들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장 임시 집행위원장(임시 당의장) 선출에서부터 격돌이 이뤄졌다. 30일 열린 인선위원 회의에서 정세균 원내대표를 임시 당의장에 추대하는 데도 무려 4시간 동안의 격론이 있었다. 정 원내대표가 특정 계파에 치우침이 없는,중립적이고 공정한 인물이라는 게 일반적 의견이었지만 개혁파를 중심으로 한 일부 위원들이 한때 강하게 반대의견을 표시했기 때문.이들은 정 원내대표 대신 임채정 의원을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가 정 장관과 같이 전북 출신인 데다 정치모임도 함께 한 경험이 있어 개혁파측에선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31일 결정될 집행위원 구성에서도 이 같은 계파별 이해득실 계산이 고려될 전망이다. 임시집행위원회는 내년 전당대회를 주도적으로 준비하면서 차기 당의장을 선출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내년 5월 지자체 선거에서 공천권도 행사할 예정이다. 또 당원협의회장 선출방식 변경 등 당헌·당규 개정작업도 주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간당원제 폐지 여부 등 계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주제들이 갈등 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비대위가 자칫 전당대회에서의 주도권 쟁탈을 위한 싸움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