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8일부터 2박3일 방북기간 중국식 개혁.개방을 역설했으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그와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향후 북한이 경제건설 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을 취할지 주목된다. 후 주석은 지난 28일 저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련한 환영연회에서 연설내용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자국의 경제 발전상을 설명했다. 그는 "중국경제가 78년부터 2004년까지 국내총생산액이 연평균 9.4%, 수출입 총액이 연평균 16%로 각각 성장하고 지난해 말 외국직접 투자액이 누계 5천621억 달러에 이른다"면서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중국은 개혁.개방과 현대화 건설을 떼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천지개벽의 변화를 가져 왔으며 사회 생산력과 종합적 국력, 인민 생활 수준을 계속 높였다"고도 했다. 후 주석이 북한의 수뇌부 앞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자국의 경제적 성취를 강조한 것은 북한에 대해 "중국경제를 배워라. 개혁.개방만이 살길이다"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국방위원장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많은 성과들을 달성했으며 중국의 국력은 비상히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을 뿐 앞으로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라갈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후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경제기술협조에 관한 협정'을 조인하고 20억 달러에 달하는 대북 장기 원조도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옴에 따라 북한경제의 중국경제권(圈) 종속이 더욱 가속화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양국간 경제협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배경에는 우선 북핵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의 원만한 대북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경제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중국과 경제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과 경제협력 강화는 필요한 부분이다. 곧 북한에 대한 경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북한내 인프라 조성에 대해 남한과 일본을 따돌리고 독보적인 `우위'와 `선점'을 유지할 수 있는데다 북한내 소비시장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만큼은 중국이 북한을 동북4성으로 예속시키려는 `동북공정의 경제버전'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 지도부 내에서는 경제건설 과정에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되는 남한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 중인 일본도 참여시켜 중국과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복안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경제의 중국 종속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며 "북한은 스스로 중국에 시장을 내줌으로써 제조업 기반 확충과 인프라 건설 기회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moon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