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물류는 한마디로 '블랙홀'입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말이지요. 보통은 하역용 기계에 트럭을 바로 붙여 부품 운송 시간을 줄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트럭 생산 회사별로 지면부터 적재함까지의 높이가 제각각이어서 물건을 싣고 내리는 시간이 예상 외로 많이 걸립니다. 이 같은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현대자동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자동차유한공사(이하 베이징현대)의 박한규 생산관리부장은 "2002년 12월 말 생산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바로 물류"라며 이같이 털어놓았다. 서둘러 생산시설을 확충,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물류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부품업체들도 물류비로 애먹기는 마찬가지"라며 "부품 수송거리가 멀어 거점마다 별도의 창고가 필요했고 그만큼 물류비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대거 옮기면서 중국 내 물류문제가 기업들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가운데 최고 성공사례로 꼽히는 베이징현대도 물류문제로 고민이다. 부품 현지화율을 75%까지 높여 물류라인을 줄이고 과감한 아웃소싱 등으로 물류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제품 단가 대비 물류비용은 6.3%(2004년 기준)에 달했다. 이는 한국(4.1%)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해외로 수출하는 업체의 물류 담당자들은 중국 세무당국과도 전쟁을 치러야 한다. 중국 세법에 따르면 원료를 수입할 때 냈던 증치세(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중국 세금으로 제품 단가의 17%에 해당)는 그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면 전액 환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3%가량 공제하고 되돌려주는 곳이 있어 물류망 구축에서 세제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형인 삼성전자 중국총부 물류그룹 총감은 "광저우와 달리 톈진과 쑤저우 등에서는 매출액의 3%에 달하는 증치세를 환급해주지 않아 삼성을 비롯,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애먹고 있다"고 말했다. 탈 많은 중국 내 물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현대 중국삼성 등이 택한 전략은 △물류 전문업체를 활용한 물류부문 아웃소싱 △제품 수송루트의 다양화 △물류 거점에 공동 물류창고 설립 등이다. 베이징현대 박 부장은 "생산 일정을 부품업체들에 2~3일 전 알려 생산에 필요한 공정에 딱 맞게 부품을 생산토록 하고 가급적 연관 부품을 결합한 '모듈'을 배송의 기본 단위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 총감은 "다양한 수송로를 확보하고 있어야 차질이 없다"며 "중국에서 유럽으로 나가는 상품의 경우 TSR(러시아횡단철도),바닷길,TCR(중국횡단철도)-TSR 환승노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송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