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선거 패배 후유증으로 인해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등 여권이 심한 분란(紛亂)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국정운영의 중심축인 여당의 내분과 혼선이 이처럼 증폭되면서 당장 회기 중에 있는 정기국회에서 다급한 민생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 큰 차질을 빚지 않을까 무척 걱정이다. 국회는 오늘까지 대정부 질문을 끝내고 내일부터 상임위별로 내년도 예산안 및 계류법안 심의에 들어가기로 돼있는 등 그 일정이 몹시 빠듯하다. 더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쌀 협상 비준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8ㆍ31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세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을 비롯한 국방개혁안,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내년도 예산안 문제만 해도 여당은 일반회계 기준 145조원(총지출 221조원) 규모의 정부 안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내년 중 국민들의 세부담을 8조9000억원가량 줄인다는 방침아래 세출(歲出) 예산의 10%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여야 간 조율을 통한 합리적인 타협안 도출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이 재선거 패배의 책임문제를 놓고 지도부 공백사태를 빚는 등 혼란상만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청와대가 당정(黨政)분리 원칙을 재삼 강조하면서 서둘러 수습에 나선 데 이어 여당은 신속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해 당 운영을 정상화시킴으로써 국회에서의 현안 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도부 개편을 둘러싼 당내 혼선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다급한 법안이나 예산안 심의가 발목 잡히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그동안 깊은 침체에 빠져 있던 민간소비가 서서히 늘어나고 산업생산도 증가추세를 이어가는 등 겨우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단계다.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으로, 여당이 당내 분란에 휘말려 민생을 소홀히 함으로써 자칫 경기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당면한 민생 현안 처리에 조금도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도 반드시 명심(銘心)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