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수사가 종착역을 향해 치닿고 있는데도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아직까지 귀국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수사팀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인 임동원ㆍ신건씨에 대한 조사 이후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공개한 `국정원 도청문건' 유출과 관련한 수사를 매듭지은 뒤 올 7월부터 석달 넘게 끌어오고 있는 도청 수사를 일단락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사의 주요 갈래 중 하나인 `안기부 X파일'과 관련한 수사는 홍석현 전 대사의 귀국이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홍 전 대사는 참여연대가 안기부 X파일을 근거로 고발한 삼성의 1997년 대선자금 제공 의혹 사건 등의 주요 피고발인이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홍 전 대사를 조사하지 않고서는 수사의 결론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홍 전 대사는 삼성이 1997년 당시 검사들에게 `명절 떡값'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필수 조사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지난달 30일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대사에게 1차 소환 통보를 한데 이어 이달 21일 두번째 소환을 통보하는 등 조기 귀국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주미대사직에서 물러난 홍씨는 "주변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검찰에 알려온 뒤 한달이 넘도록 귀국을 망설이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실제로 홍 전 대사는 그간 두어차례 귀국 항공편을 예약해 놓았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사는 이달 29일자로 예약했던 뉴욕발 항공편을 최근 취소하고 다음달 초순께의 항공편을 다시 잡아놓았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실제로 이 비행기에 탑승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검찰은 홍 전 대사의 귀국이 계속 미뤄지면 미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강제로 귀국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방법이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홍 전 대사의 혐의 유무를 떠나 이런 절차를 통해 강제 귀국을 시키기에는 너무 시일이 많이 소요될 뿐만아니라 실현 여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도청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귀국 문제를 놓고 검찰과 홍 전 대사간에 벌어지고 있는 `줄다리기'에서 어떻게 승부가 나게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