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부자들의 씀씀이가 눈에 띄게 늘면서 소비경기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주요 백화점에서 억대 목걸이,수천만원대 시계,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핸드백 등 고가 명품의 매출신장률이 3개월 연속 최고 70%를 넘나드는 두 자릿수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입 자동차 판매도 작년 같은 달보다 50% 이상 증가,올 들어 9월 말까지의 판매량이 작년 전체 실적에 육박하는 등 고소득층의 소비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 3분기 중 민간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면서 11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경제성장 기여율이 1분기의 26.9%에서 46.2%로 급등한 것과 맞물려 고소득계층이 주도하는 '아랫목'발 본격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 대상의 할인점은 지난달에도 매출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고,재래시장과 외식업계도 고전을 계속하고 있어 '윗목'으로까지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연간 3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따로 관리하는 주요 백화점들은 고가 여성 정장과 모피 핸드백 보석 시계 등 명품을 중심으로 이들의 씀씀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월부터 이달(27일 현재)까지 석 달 동안 갤러리아 백화점의 Super VIP 고객(연간 3500만원어치 이상 구매) 대상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4% 늘었다.


이들 '특별 고객' 숫자도 같은 기간 55.6% 늘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명품관 애비뉴엘을 찾는 MVG(Most Valuable Guest) 고객 2000여명의 작년 동기 대비 매출신장률도 8월 36%,9월 65%,10월 70%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성동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장은 "품목별 신장률을 보면 3층의 여성 정장이 150%,레저스포츠 120%,모피와 보석 등 고급품들도 70% 정도씩 판매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전체 고객 가운데 1%를 차지하는 Super VIP고객들의 매출신장률도 8월 19.9%,9월 18.6%,10월 19.8%로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명품 소비 봇물 터졌지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악어가죽 핸드백 전문브랜드인 '줄리아나 테소와 콜롬보 두 브랜드' 매장 관계자는 "상반기에만 해도 판매실적이 거의 전무했던 1000만원대 고급 핸드백이 하루 3~4개 정도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의 모피의류인 펜디의 매출도 지난 9월부터 전년 대비 40% 이상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펜디 매장 관계자는 "1000만원에서 2000만원대 인기상품은 다 팔려 예약 고객리스트를 따로 작성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기홍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판촉기획팀장 겸 노블레스 담당팀장은 "지난 13일 24명의 엄선된 고객을 대상으로 열린 트렁크쇼(미니 패션쇼)에 40여명이 몰렸다"며 "한 고객은 1200만원어치의 옷을 사가는 등 1시간가량 진행된 행사 매출이 5000만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유희열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과장은 "이탈리아 잡화명품 토즈의 경우 100만∼120만원짜리 핸드백 매출 비중이 50%대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화점업계에서도 부자고객들 대상 매출만 달아오르고 있을 뿐 전체 매출은 본격 회복세를 실감하기 어려운 상태다.


롯데백화점(22개점 기준)의 경우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세일기간 매출신장률이 5.8%를 기록했다.


신재호 롯데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유통업계에서 내수경기의 완연한 회복 기준으로 보는 두 자릿수 신장률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날개 돋친 수입차 판매


지난 9월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2935대로 전달보다 8.1%,작년 9월에 비해선 50.1% 늘었다.


월별 승용차 내수 판매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4.17%를 기록했다.


수입차는 올 들어 9월까지 지난해 총판매량(2만3345대)에 육박하는 2만1347대가 판매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판매량이 작년보다 25% 늘어난 4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BMW코리아도 올 연말까지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6000대 이상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벤츠 관계자는 "국내 판매가가 1억5000만~2억원 수준인 뉴 S클래스의 국내 시판을 앞두고 대기주문만 500건이 쌓여 있다"며 "올 들어 9월까지 판매된 구형 S클래스 판매량인 419대보다 많다"고 말했다.


김동민·이건호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