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6:24
수정2006.04.03 06:25
"공CD 사는 데 300원,CD케이스 사는 데 200원,스티커로 라벨 붙이는 데 300원 들어요."
인디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는 가내수공업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자칭 21세기형 무예산 독립음반사다. 두세 곡만 담은 이른바 싱글앨범을,그것도 공CD를 사서 한 번에 열 장씩 일일이 녹음하는 방식으로 만든 진짜 '핸드메이드' 음반만 판다. 제작 원가는 800원.
붕가붕가레코드는 자본금 50만원짜리 초미니 음반사지만 소속 밴드가 벌써 셋이나 된다.
대학에서 여러 차례 앨범을 만들어 본 경험을 살려 마음 맞는 몇몇이 1년 전 사업체 등록을 했고,그동안 정규앨범 2개와 싱글앨범 2개를 내놨다. "제대로 음반을 내려면 수백만원이 필요하지만 그 돈을 누구나 마련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돈 없이도 음반을 내고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죠."
대학생 공동대표 고건혁(서울대 심리학과 4년) 윤덕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4년)씨의 마케팅 전략은 간단명료하다.
"손으로 만들어서 입으로 팔아요." 돈은 거의 되지 않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활음악'을 전파하겠다
붕가붕가 레이블이 지닌 음악적 색깔이 무엇이냐고 윤씨에게 물었다. "생존이죠"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온다. "학생 때 음악하다가 취업하면 잊어버리고 그러고 싶지 않아요. 자신의 다른 삶과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병행할 수 있도록,뮤지션으로서 생존하고 싶은 거죠. 장르는 포크 계열도 많고 뭐 잡탕이에요 아직." 이들의 사업모토는 '뮤직 비즈니스의 생활화'로 요약된다.
"왜 '생활체육'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는 '생활음악'을 전파하고 싶어요. 치과의사가 올림픽에 나가서 우승할 수도 있잖아요. 고등학교 선생님이 노벨상 탈 수 있듯이. 그렇게 생활과 밀착돼 있는 음악 생산 방식을 만들고 싶어요."
외국에는 그러한 사례가 꽤 있다. 예컨대 시애틀의 마이너 음반사 '서브팝'은 유명한 너바나(NIRVANA)를 세상에 알린 주인공이다. '에픽탑'이라는 음반사도 고등학생 2명이 1000달러로 시작했지만 오프스프링(The Offspring)이라는 밴드를 발굴해 대박을 터뜨렸다.
붕가붕가도 얼마 전 소속 밴드 '청년실업'의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가 이소라의 음악도시에서 방송을 타는 데 성공했다.
○핸드메이드 싱글을 100종 내는 날까지
과거 음악을 하던 사람들은 데모테이프를 만들어 기획사를 찾아갔다. 거절당해도 꾹 참고 다른 기획사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들의 후배들은 기획사를 찾는 대신 손수 만든 데모테이프를 살 사람을 직접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거 뮤지션들은 기획사에 자업을 맡길 수밖에 없었지만 신세대들은 데모테이프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붕가붕가레코드는 이런 점에서 음악계의 작은 혁명인 셈이다.
"우리의 핸드메이드 싱글이 100종쯤 나오게 되면 인디음악판과 대중음악판이 뒤집어지지 않겠습니까?" 윤 대표는 아무래도 음악판에 큰일을 벌일 것 같아 보였다.이들의 앨범을 듣고 싶은 사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느 쪽에서든 살 수 있다. 붕가붕가 홈페이지는 www.bgbg.co.kr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