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3.0%에 그쳤던 경제성장률이 3·4분기에 4.4%로 높아짐에 따라 경기회복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003년 이후 엇박자를 내던 민간소비와 수출이 모처럼 고르게 호조를 보인 점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설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되고,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점은 향후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상존하고 있다.


특히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체감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출·소비 '쌍끌이 성장'


한국 경제가 3분기에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4.4%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민간소비 회복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 증가세로 반전된 뒤 증가폭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3분기에는 200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4%대 증가율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도 1분기 26.9%에서 2분기 41.9%,3분기 46.2%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분기 2.9%에 그쳤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3분기에는 4.2%로 확대되고,수출 증가율이 전 분기보다 두 배가량(2분기 6.5%→3분기 13.5%) 높아진 점도 경기회복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의 8·31부동산 대책 여파로 건설투자 증가율이 2분기 1.7%에서 3분기에는 0.4%로 하락했고,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경기 회복세 지속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기회복세 얼마나 지속되나


김병화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경기상황도 한은의 당초 예상대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4분기에는 3분기보다 성장세가 더욱 확대돼 올해 연간으로 3.8% 성장을 달성한 뒤 내년에는 5%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GDP 속보치는 괜찮은 편이지만 아직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한 뒤 "4분기부터는 잠재성장률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민간경제연구소 일각에서 U자형 회복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소비·설비투자 회복세 미흡 △건설경기 급속 침체 가능성 △수출증가율 지속 둔화 등을 근거로 향후 큰 폭의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체감경기 회복은 더딜 듯


경제성장률이 높아졌지만 당장 체감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교역조건 악화로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GDI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GDI 증가율은 지난해 3.7%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0.2%에 그쳐 19분기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실질무역손실액이 올 들어 3·4분기까지 약 33조원으로 지난해 연간 손실 규모(약 24조원)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콜금리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가계를 중심으로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고,전체 취업자수의 8% 내외를 차지하는 건설부문 경기가 더욱 위축돼 고용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체감경기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