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정상명 대검 차장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총장 취임 후 뒤이을 검찰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동기나 후배가 총장이 되면 용퇴해온 관행에 따라 정 차장이 총장에 임명될 경우 대규모 인사요인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조직안정을 위해 무더기 퇴진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예기치 못한 수사지휘권 발동 파문으로 중도 사임함에 따라 짧은 기간 검찰 조직에 인사 요인이 너무 많이 생긴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시 13회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올 4월 퇴임한 데 이어 사시 17회의 정 차장이 다음달 총장직에 오를 경우 7개월 남짓한 사이에 13∼17회까지 다섯 기수의 고위 간부가 동시에 퇴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안기부 도청의혹, 두산비리 사건 등 굵직굵직한 수사를 진행중인 데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등 검찰 제도를 둘러싼 현안이 만만찮다는 검찰 안팎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검찰 주변에서는 정 차장과 동기인 17회 중에서 2∼3명은 검찰에 남아 조직의 원로로서 `고문'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이 대안으로서 거론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도 이번 총장 인선에 따른 후속 인선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급격한 조직 변동을 막기 위해 17회 중 일부는 남는 방안이 현실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11월 서울지검의 피의자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이명재 전 총장에 이어 김각영 검찰총장이 총장직에 올랐을 때 이종찬 서울고검장, 한부환 법무연수원장, 김승규 부산고검장 등 동기 3명이 유임한 전례도 있다. 또 1999년 6월 박순용 검찰총장이 총장직에 오를 때도 사시 8회 동기 8명 중 박 총장을 제외한 7명이 동기 모임을 갖고 최경원 법무부 차관과 김수장 서울지검장 등 2명을 잔류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김각영 전 총장 때는 정권교체기라는 특수성이 있었고 박순용 전 총장 때도 일부 동기가 사퇴 불가를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동기 2명의 잔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더기 용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 차장의 동기까지 무더기 용퇴를 할 경우에는 사시 16회 2명, 사시 17회 5명이 사직하게 되고 공석인 대구고검 차장직까지 포함하면 모두 9석의 검사장 인사요인이 생기게 된다. 또한 사시 18회 중에서 고검장 승진에 누락한 고위간부의 추가 사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검사장 승진 인사폭은 10석이 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서울고검장 등 고검장 자리에는 사시 18∼19회가, 검찰 내 핵심요직인 서울지검장에는 사시 19∼20회, 대검 중수ㆍ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20∼21회가 배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초임 검사장에는 이미 검사장 승진이 이뤄진 사시 21∼22회에서 1∼2명, 24회에서 1∼2명, 나머지는 초임 검사장이 처음으로 나오는 23회에서 배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강하다. 또한 이처럼 대규모 검사장 승진요인이 생길 경우 통상 2월 전후에 이뤄졌던 인사 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고 일선지검 차장, 부장 등 간부인사도 뒤따라야 해 검찰에 때 아닌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