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취임한 손창록 그랜드백화점총괄 사장(59)은 요즘 분당 집에서 강서구 등촌동 사무실까지 한 시간 거리를 손수 운전해 출퇴근한다.


취임 이후 며칠간 밤 12시에 퇴근했다가 다음날 오전 5시에 출근하는 그의 체력에 회사 운전사가 손을 들고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


"처음에는 내가 너무 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지금은 위기다. 누군가 나서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고서는 거대한 경쟁업체를 이길 수 없다'고요."


그랜드백화점은 일산·수원영통·신촌의 백화점과 화곡·강서·신당·인천계양의 마트 등 모두 7개점을 운영하는 중견 유통업체.내수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한해를 맞고 있다.


매출 부진에 따른 직원들의 패배주의,그랜드마트 강서점과 백화점 부지 매각의 결렬 등.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던 시점에 손 사장이 경영의 키를 잡은 것.


"임직원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직원 개개인이 좀 더 모질게 마음먹고 달려드는 길 밖엔 없다고 봐요."


해병대 출신인 그는 가장 먼저 각 지점을 돌며 오전 6시에 회의를 소집했다.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포석이었다.


동시에 그는 점장에게 자율권을 대폭 부여했다.


각종 기획행사에 인력,자금계획을 점장이 스스로 세우도록 맡겼다.


심지어 직원 급여도 점장이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손 사장은 검찰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들여놨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서른(1976년)에 롯데그룹에 입사,20년간 일하다가 지난 96년 그랜드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1년부터 그랜드백화점총괄 사장을 맡아오다 작년 한해 일산백화점(점포) 사장으로 나갔다가 이번에 '금의환향'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