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032640] 남용 사장은 일률적인 발신자번호표시(CID) 서비스 요금인하에 반대하며 당장 CID 요금을 인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CID 요금인하 요구에 대해 "인하 여력이 없다"며 그동안 한 목소리를 내왔던 이동통신 3사 중 SK텔레콤이 먼저 내년부터 CID 요금을 무료화하기로 전격 결정하고 같은 후발사업자인 KTF가 CID 요금인하 여부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한발짝 물러선 가운데 나온 입장이다. 또 자사 가입자 규모가 800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3년간 보조금 금지가 연장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 사장은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외부 압력에 의한 일률적인 CID 요금인하는 지금까지 유지돼온 시장경제를 모두 무너뜨리고 통신시장의 경쟁구도마저 붕괴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성토하며 "현재로서는 CID 요금을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특히 "CID 요금을 일률적으로 내리면 임팩트 자체가 선발사업자들한테는 얼마 안되지만 후발사업자한테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경쟁 자체를 죽일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통사간 자연스런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가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중한 검토를 거쳐 요금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언급, 직접적인 CID 요금인하 대신 통화 할인 범위와 옵션 등을 확대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요금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내년 3월로 끝나는 보조금 금지법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LG텔레콤이 "보조금 금지를 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균형있는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점까지 더 연장하는게 바람직하다"면서 "보조금 지급허용 시기를 2~3년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 사장은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가입자를 돈으로 사는 약탈적 행위"라고 단정짓고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 보조금이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번호는 그대로 둔 채 서비스회사를 바꾸는 번호이동성제가 이통3사에 똑같이 적용되는 등 현재 확실한 유효경쟁정책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선발 사업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비대칭적 상황'을 완화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LG통신 계열 3사 중 하나로 지난 9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진입한 파워콤과의 협력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자사의 소매유통 관련 노하우와 훈련된 인력을 지원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SK텔레콤과 KTF가 3.5세대 서비스 HSDPA(초고속데이터전송기술)를 위해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망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내년부터 현재의 주파수 대역 효율을 높일 수 있는 EVDO rA에 대한 집중투자로 대응하고 콘텐츠 업체 인수보다는 유통부문 제휴를 통해 `윈윈'하는 방식을 모색키로 했다. 그는 하나로텔레콤[033630] 인수와 관련, "유무선 통합으로 인해 얻을 이득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나설 이유가 없다"며 하나로텔레콤 인수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LG텔레콤은 금년 서비스 매출 목표를 사상 최고인 2조6천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원래 연초 목표는 2조5천억원이었으나 고사용 고객 증가로 가입자당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이익도 당초 목표치 2천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CID 등 휴대전화 요금인하에 대한 입장은 ▲ 두 가지 포인트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요금인하를 시민단체나 국회 같은 정치권쪽에서 결정해 일률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라는 것은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후발사업자 한테는 일률적인 요금인하가 치명적이다. 요금경쟁은 사업자와 소비자도 좋고 경쟁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방식인데 CID 요금을 일률적으로 내리면 선발사업자들 한테는 미미한 충격이지만 후발사업자 한테는 굉장히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잘못되면 경쟁자체를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나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고민돼야 한다. TV가격 비싸다고 TV가격 내리라는 식의 시장자체를 파괴하는, 어떻게 보면은 우리사회가 지켜야할 가치인 시장경제 원리 자체를 무너뜨리고 통신시장의 경쟁구도마저 붕괴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쉽다고 주장만 하지 말고 같이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금경쟁력은 후발사업자인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경쟁무기다. SK텔레콤의 CID 무료화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CID 요금을 인하할 계획은 없으나 모든 요소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이후에도 요금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휴대전화 보조금 금지 연장 여부에 대한 입장은 ▲ 가입자를 돈으로 사는 형태가 바로 보조금의 효과다. 돈 많은 사업자가 보조금을 더 많이 쓰고 가입자를 가져가는 그런 악순환이 나타나기 때문에 보조금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공정경쟁이 아니다. 기술혁신이나 서비스 혁신 등 제대로 된 경쟁을 유도하려면 보조금이 없어져야 된다. 사실 보조금이 금지됐던 지난 3년 동안 서비스나 통화요금, 통화품질 등의 부문에서 경쟁이 많았다. 그래서 보조금이 금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후발사업자가 계속 보조금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가입자가 800만정도면 상대방이 보조금을 쓰더라도 우리가 따라갈 수 있는 역량이 된다. 따라서 2~3년간 보조금 금지가 연장돼야 한다. 경쟁을 죽이면서까지 보조금이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보조금을 주면 나쁘다고 생각할 소비자는 별로 없을 것 같지만 보조금이라는 약탈적 수단으로 경쟁이 죽어서는 안된다. --유효경쟁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 지금 유효경쟁은 고사하고 역비대칭적 상황, 즉 역유효경쟁적 상황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SK텔레콤이 800MHz대역폭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정말 역비대칭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요금을 일률적으로 내리라는 것도 굉장히 역비대칭적인 상황이다. 보조금을 허용하는 것도 사실은 역비대칭적인 상황이다. 선발사업자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이제 유효경쟁정책이라고 딱히 내놓을 만한 게 없으니까 그것보다는 역비대칭적인 상황, 다시 말하면 선발 사업자에게 유리한 상황을 완화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SK텔레콤과 KTF의 HSDPA 투자에 대한 대응 전략은 ▲ 우선 WCDMA나 HSDPA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익을 줄것인가 하는 점을 짚어봐야 한다. WCDMA나 HSDPA가 상용화되면 서비스 속도가 빨라질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이 거기서 과연 무슨 서비스를 구매할 것인가 하는 것은 아직 안보이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정말 투자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지 투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내년부터 현재 주파수 대역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EVDO rA에 투자를 할 생각이다. 투자를 해서 데이터 수익을 올리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주파수 효율 전체를 올리는 방식으로 투자를 해 나갈 것이다. --향후 콘텐츠 전략은 ▲ 뮤직온을 해 보니까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많은 업체들하고는 협력이 잘 안 될 것 같다. 오히려 콘텐츠 유통 부분을 혁신적으로 만들어 콘텐츠 제작자하고 제휴해 `윈윈'하는 그런 형태를 추구할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고 영화도 마찬가지다. 유통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값싸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살수 있도록 하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산업과도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같은 윈윈전략은 금융권에도 마찬가지다. --뮤직온 유료화 전환은 잘 되고 있나 ▲ 아직은 시작단계다. 유료화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낮은 것 같다. 한 20% 정도밖에 유료화 전환이 안됐다. 아직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소스가 많은 데다 아직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러나 무료 소스가 줄어들면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 --신성장동력은 뭔가 ▲ 가입자는 포화가 된 상태다. 기대를 걸었던 무선 인터넷 같은 분야도 기대만큼 잘 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은행, 교통, 음악, 영화가 하나의 단말기 안으로 들어오는 모바일화 과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동통신 그 자체만의 영역이 아니라 유통, 금융 관련 사용습관이 바뀌면서 굉장한 변화가 일고 있다. 이 변화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가 향후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그런 분야는 많이 있는 것 같다. 소비자 관점에서 한 기기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게 바로 컨버전스다. 하나의 장치로 정말 얼마나 쉽게, 편리하게, 싸게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파워콤과의 시너지 방안은 ▲ 소비자 관점에서 유무선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요금 할인이나 빌링 통합 등 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KT와 KTF의 협력작품인 원폰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소매유통부문의 훈련된 인력이나 노하우를 통해 파워콤을 도울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각자 사업을 잘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협력방안은 없다. --하나로텔레콤 인수 의향은 ▲ LG텔레콤 입장에서는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또 현재 LG텔레콤을 맡고 있으니까 그 이상의 얘기는 힘들다.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의 점유율 52.3% 자율 준수에 대한 입장은 ▲ 지금 SK텔레콤 점유율이 51%이기 때문에 점유율을 52.3%로 늘린다는 것은 굉장히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사 입장에서 약간 공격적으로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서 경쟁을 해야할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