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가을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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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행기들이 일직선으로 사라진 하늘가에
스사스사 아으아으 쇳소리를 내며
숨차게 주저앉은 가을
그들은 모두 어디로 쉬엄쉬엄 흩어져 갔을까
담그늘 밑에 까부라져 뒹구는 수레국화 몇점
입술에는 침 마른 하이얀 자국들이
얼룩으로 붉은 물 들었다
그 곁 일렬로 늘어선 갯쑥부쟁이 입술에도
붉은 얼룩물 들었다
오랜만에 이 빠지고 눈 시린 길 버리고
어디 낯선 괴로움의 나라로 갔을까
혹시는?
노향림 '가을서정'전문
홀연히 왔다가 떠나가는 가을만큼
아쉽고 안타까운 것이 또 있을까.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맑고 짧고
쓸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탱탱한 청춘을 자랑했던 수레국화나
갯쑥부쟁이들도 시름없이 시들어가는 계절.
어디 낯선 괴로움의 나라로 흩어져 간다 해도 가을은 또한 내년의 씨앗을 잉태하는 것이니.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인 채로나마 다시
가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