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테마섹 "아시아시장 공격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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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영 투자기관인 테마섹이 아시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 들어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주요 기업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테마섹은 인수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투자자금 조달에서도 자체 자금 외에 펀드처럼 외부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채권 발행을 통해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 등 적극적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테마섹은 현재 64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앞세워 앞으로 싱가포르 투자비중을 3분의 1 정도로 줄이는 대신 해외투자 비중을 70% 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해외투자 비중 늘린다
테마섹이 12일 발표한 2004 회계연도(2004.4∼2005.3) 결산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해외 투자 비중은 1년 전 48%에서 51%로 확대됐다.
특히 신규투자 규모가 전년 33억 싱가포르달러의 4배에 달하는 130억달러(8조원)로 늘어난 가운데 이 중 80%를 해외기업 지분을 매입하는 데 썼다.
이 같은 추세는 2005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가속화되는 추세다.
더욱이 주목되는 것은 테마섹의 최근 신규 투자가 거의 대부분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현지 은행 지분 상당부분을 매입,전략적 파트너로 등장했다.
이어 부동산(중국 홉슨디벨로프먼트),자동차(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항공(베트남 퍼시픽에어라인),영화(인도 슈링가시네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싱가포르를 건국한 리콴유의 며느리로 테마섹 최고경영자(CEO)인 호칭은 최근 "장차 싱가포르 투자 비중을 전체 자산의 3분의 1로 줄이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에 투자하겠다"고 말해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가속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CEO 호칭의 공격적 투자
테마섹은 아시아 통화위기 때 아시아지역 빌딩들을 헐값에 대거 매입해 '아시아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특히 2002년 CEO에 취임한 호칭은 남편인 리셴룽이 지난해 총리로 취임한 이후 외부 차입을 늘리면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영국 사모펀드 사브레캐피털과 공동으로 50억달러 상당의 인도 주식과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또 지금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5억∼1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채권 발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말 현재 테마섹의 총자산은 지난해보다 14% 늘어나 1030억 싱가포르달러(64조원)에 달한다.
◆아시아 영향력 확대가 목적
테마섹이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늘리는 것은 1차적으로 국고를 키우는 데 있다.
테마섹은 지난 2년간 연평균 13억 싱가포르달러(8000억원)를 대주주인 재무부에 배당했다.
그러나 테마섹의 수익률은 아시아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2003년 46%에서 지난해 16%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테마섹은 이 같은 수익률 저하를 감수하고 아시아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2위 중국은행 지분 10%를 인수한 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파키스탄 소형은행(NDLC)에 대한 지분율은 20%대에서 연내 73%까지 높일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국영 항공사 퍼시픽에어라인 지분 30%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싱가포르 정부가 아시아 경제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