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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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사이에는 매월 14일을 정해 'OO데이'라 해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오늘 10월14일은 '와인데이'다.
10년 전쯤부터 와인데이가 있긴 했지만 올해는 유난히 떠들썩한 것 같다.
포도주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값싼 외국산이 다양하게 수입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류가 최초로 마시기 시작한 술이라고 하는 포도주는 그 깊은 역사만큼이나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시인 보들레르는 "포도주의 그윽한 기쁨,누가 너를 몰라본 사람이 있었을까.
뉘우침을 가라앉히고,추억을 불러일으키고,괴로움을 잠재우고,공중누각을 세우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나 그대에게 축원을 드려왔다.
포도의 섬유 속에 숨어 있는 신비로운 신이여"라고 포도주를 경외하다시피했다.
절제력이 뛰어난 유대인들도 "와인을 마시는 시간을 쓸데없는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마라.그 사이에 당신의 마음은 쉬고 있는 것이다"라는 속담을 종종 인용하곤 한다.
포도주를 술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풀어주는 식탁 위의 친근한 음료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포도주에 자신들의 문화가 용해돼 있다고 말할 정도로 포도주에 대한 자부심은 소문 나 있다.
무려 1만여종에 이른다는 포도주는 맛과 향기가 제각각 다를 뿐더러 소화기능과 신경안정,노화방지 등에 효능이 있다는 의학 연구보고서가 속속 발표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일찍이 서양에서 '생명의 물'이라 불린 것도 그리 과장은 아닌 듯하다.
일본의 한 백화점이 기획판매로 시작한 와인데이가 유통업체들의 상술이라고는 하지만 포도주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 또한 없지 않다.
밸런타인데이,화이트데이와 함께 연인들의 3대 기념일이라고 하는 와인데이에 뜻깊은 추억 하나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성싶다.
그런데 매년 이맘 때면 그토록 들썩이던 프랑스산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갑자기 시들해 졌다.
칠레산 호주산이 유통되면서 애호가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진 것도 한 원인일 게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