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내년 성장률이 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 정책을 다소 긴축적인 방향으로 끌어가는 등 거시 경제정책의 기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3.4분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경기 흐름을 점검하면서 내년 경제를 전망하고 이에 따른 정책방향을 이처럼 제시했다. ◇경기회복 본격화 KDI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소비의 회복세가 빨라지고 둔화 조짐을 보였던 수출 증가세도 호전되면서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내구재에서 비내구재와 서비스까지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은 경기 회복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추세라는 진단이다. 실제 산업생산과 서비스 생산의 증가세가 동시에 확대되고 생산 증가율이 상승하면서 재고 증가율이 하락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그동안 소비 회복의 발목을 잡았던 가계 부채의 조정이 진행되면서 소비가 정상궤도로 복귀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KDI는 민간소비가 올 3.4분기 4.7%, 4.4분기 5.2% 등 연간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치(3.0%)보다 0.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상반기 둔화됐던 수출 역시 중국 등의 성장세가 이어지는데 힘입어 최근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경기회복에 탄력을 주고 있다. 다만, 설비투자는 낮은 수준의 생산성으로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중소기업과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KDI는 지난 7월 6.3%로 전망했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4.6%로 하향 조정했으며 건설투자 증가율은 1.2%에서 0.7%로 낮춰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 5%대 KDI는 성장률이 올해 3.9%에서 내년에는 5.0%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가 소득 증가에 힘입어 내년에는 4.6% 증가하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성장세 지속과 IT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10.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그동안 부진했던 운수장비 등의 투자압력이 커지고 있는데 따라 설비투자도 8.5%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건설투자는 내년에도 1.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올해 3.8%에서 내년 3.7%로 다소 낮아지고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144억달러에서 수입 증가와 서비스.소득.이전 수지의 적자 확대로 인해 68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수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고 환율 효과도 반감되면서 올해 2.9%에서 내년에는 3.1%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내년 세계경제가 올해 수준인 4.3% 성장하고 연평균 원유도입단가는 올해 배럴당 51달러에서 내년 55달러 내외로 오르는 한편 실질실효환율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전망치로 국제유가 급등 등은 변수로 남아있다. ◇거시정책 기조 바꿔야 할때 KDI는 올해 재정정책 기조는 추경까지 고려하면 확장기조가 강화됐으며 내년 예산안은 올해에 비해서는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경기 진작을 위한 정책운용의 필요성이 없다며 올해보다 다소 긴축적인 방향으로 재정기조를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신인석 연구위원은 "이미 제시된 내년 정부 예산안의 재정기조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더욱 긴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KDI는 중장기 재정수지를 균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출 억제를 통한 적자규모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제 개편은 성장잠재력 제고라는 관점에서 설계하고 추가 세수 확보는 탈루소득에 대한 징세 강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각종 국책사업과 복지 프로그램의 확대로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사업에 대한 성과관리를 대폭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KDI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물가와 경기여건의 변화에 대응해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점진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장단기 금리차의 확대는 물가상승 기대감을 시사하고 점차 확대되는 근원물가 상승 기조도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저금리 속에서 2003년 이후 2%대에 그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KDI는 통화당국이 물가안정목표 범위(2.5∼3.5%)는 유지하더라도 보수적인 관점에서 2.5%정도의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정부안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을 조속 처리하고 노사정위원회를 현재 논의중인 사회통합위원회에 흡수하는게 바람직하며 간접투자상품 정보가 투자자에게 제대로 제공될 수 있게 감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