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각종 방어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부)는 11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전면적 자본자유화 조치와 보완과제' 정책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자본자유화 시대를 맞아 외국자본의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이 동반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량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과는 별도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간 역차별을 해소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엑손-플로리오 법'처럼 국가 기간산업에 각종 방어장치를 마련해 주요 기술이 해외에 유출되는 것을 막거나 일본처럼 상법개정을 통해 적대적 M&A관련 대비책을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특히 외국자본에 주도권을 빼앗긴 한국의 금융산업 문제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모습은 외환위기 이후 멕시코가 겪었던 경험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외국자본의 금융시장 잠식으로 기업대출이 감소하고 소매금융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멕시코와 한국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수익위주의 경영전략으로 인해 대출요건에 적합한 기업은 돈을 빌릴 필요가 없는 반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은 엄격한 대출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욕망의 이중적 불일치'라고 표현했다. 한편 윤 교수에 이어 '자본자유화와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적 외환자유화가 금융시장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 경제 성장기반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환거래법에서 허용하는 거래를 금융관련법을 통해 적절히 규제하고 △자본거래 신고자로 하여금 거래목적과 내용 등을 상세히 밝히도록 하는 한편 △사후적으로 실제거래내역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한국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외환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이 쉽게 접근하도록 허용하고 금감원에 외환거래와 관련된 조사권을 부여해 필요시 사후적으로 거래내역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