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년후를 생각한다] (2) '신산업' 정책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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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호(號)가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동반성장 대열에서 이탈,'외톨이'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연간 9%대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폭주 기관차' 중국과의 대비는 차치하더라도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성장의 질이 뒤처지고 있다.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은 3.3%로 잠재성장률 4.8%를 크게 밑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나란히 3.3%의 성장률을 기록,잠재성장률 3.0%와 2.0%를 각각 웃돌고 있다.
세계 경제 대국들과 한국의 이 같은 명암 차이는 체계적인 미래 성장산업 육성정책을 펼쳤는지 여부에서 결정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미국의 고성장은 10여년 전 클린턴 행정부의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 구축 선언으로 IT산업이 발전한 데서 촉발됐다"고 진단했다.
일본 역시 2002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산업창조전략'이 10년 장기불황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남장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는 분석이다.
일본의 신산업전략은 첨단형,니즈(needs)대응형,지역재생형 등 3대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향후 20∼30년간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프로그램을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의 장기성장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부처별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성장산업이 중구난방이라는 점.지난 2003년 발표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에는 주관 부처만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 3곳이며,협조 부처로는 해양부 농림부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 건설교통부 등 5개에 이른다.
재정경제부는 이와 별도로 '동북아 금융허브'를 구호로 삼은 금융산업 육성과 서비스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자부는 정부 내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2015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5000달러를 슬로건으로 삼은 '2015년 산업발전 비전과 전략'을 지난달 독자적으로 공표하기도 했다.
문화관광부는 '문화강국 C-Korea 2010'을 내세우고 있다.
황동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정부가 전략 추진산업에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육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스스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성장과 투자전략을 세우고 정부는 이런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문했다.
다행히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다양한 성장동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황우석'으로 대표되는 바이오 기술(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세계 최고 수준의 IT전자 기술(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전통산업에서도 포스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초일류 회사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이제는 IT BT NT(나노기술) ET(환경기술) CT(문화콘텐츠기술) 등 5대 신산업과 전통산업 간 결합,그리고 5T 상호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찾을 단계라고 주문한다.
25년 전 정보화 혁명을 예견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산업혁신포럼'에 참석,"한국은 신성장산업으로 BT와 IT의 컨버전스(융합)에 집중해 볼 만하다"고 권고했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은 "컨버전스 시대에는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보다는 선발자(first mover)가 유리한 만큼 기업들도 적극적 시장선점 등 신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