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수석 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으로 민주노총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이수호 위원장이 비리 문제에 책임을 지고 직무 정지를 결정함에 따라 민주노총은 지도력 공백으로 인해 상당한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노총을 지탱해 온 위원장과 수석 부위원장이 모두 조직을 떠남에 따라 향후 운동 노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상황에선 누가 지도부에 선출되든 조직 내 역학 구도에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위원장 대행 체제가 지속될 경우 지도력 공백으로 인해 조직 내 정책 결정에 혼란이 우려된다. 강력한 리더십 대신 집단지도 체제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좌파 강경세력들은 틈만 나면 현 집행부를 흔들고 있어 지도력이 약한 대행 체제가 지속될 경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특히 강경파들이 조직을 장악할 경우 조직 내 노선을 둘러싼 갈등과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온건파로 통하는 이수호 체제 아래에서도 대화를 거부한 채 투쟁 만능주의를 부르짖던 좌파 강경세력들이 조직을 지휘할 경우 전투적 조합주의를 채택해 산업현장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 이석행 사무총장,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등 온건파 3인방이 강경파들의 공세를 막아내며 굳건히 대화 노선을 펼쳐왔다. 국민파 소속인 이들은 대화를 통한 사회 개혁을 줄곧 추구하며 투쟁보다는 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합리적 온건 노선을 견지해왔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매년 봄 벌여온 집중 투쟁을 올해부터 없애는 등 변화를 추구해왔다. 따라서 지도부 교체는 민주노총의 혼선을 의미한다. 온건파가 잡든 강경파가 잡든 현재의 견고한 온건 노선을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 현장에는 비정규직 법안,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 로드맵),노사정위 개편 방안 등 노·사·정이 대화를 통해 처리해야 할 사항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도부 교체는 민주노총 조직 내에 상당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노·사·정 대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노사 로드맵과 비정규직 법안 처리 등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내 좌파 강경세력들의 운동 노선은 세계에서도 거칠기로 유명하다. 올 2월과 3월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이들은 시너를 뿌리고 활극을 벌이며 또 한번 이름값을 떨쳤다.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려는 집행부 노선에 반기를 든 것이다. 현장파와 중앙파 소속인 이들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괴적 노동운동을 펼쳐왔다. 따라서 강경파들이 조직을 잡을 경우 한국노총과의 관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 이수호 지도부와 달리 운동 노선에 있어 한국노총과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호 지도부는 대정부 및 사용자 관계에 있어 공조 체제를 유지해 왔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현재의 이수호 체제가 바뀐다는 것은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급격히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렇게 되면 강력한 지도력보다는 집단지도 체제로 갈 수밖에 없어 조직 내 혼선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