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과 함께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 MBC TV 일일극 '굳세어라 금순아'의 주인공 금순은 싱글맘으로 등장했다.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사고를 당해 졸지에 아이 딸린 과부가 된 것이다. 친정이래야 가난한 작은 아버지 내외와 할머니가 고작인데다 전문지식도,특별한 기술도 없다. 시댁의 눈총 속에 아이를 키우며 미용기술을 배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하지만 밝고 씩씩하게 살면서 헤어디자이너가 된다. 뿐만 아니라 우연히 만난 총각 의사의 열렬한 구애를 받고 재혼도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자는 아이를 자기 호적에 넣어 친자식으로 키우겠다고 한다. 국내 TV드라마엔 이밖에도 싱글맘들이 넘친다. SBS TV 아침드라마 '여왕의 조건'과 금요드라마 '꽃보다 여자',특별기획 '온리 유',수목극 '돌아온 싱글' 등에 모두 싱글맘이 나왔다. 이들은 죄다 처지에 상관없이 솔직하고 당당하다. 게다가 돈과 지위를 함께 갖춘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인생역전에 성공하는 셈이다. 현실도 과연 그럴까. 한국 한부모가정연구소가 모 일간지와 함께 조사한 싱글맘 실태는 드라마의 허구성을 잘 드러낸다. 싱글맘 대다수가 월 소득 72만원 안팎으로 아이 둘을 키우느라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건 물론 형제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등 사회적 고립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를 들먹일 것도 없다. 특별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월 70만∼80만원짜리 비정규직 자리도 구하기 어렵고,한부모 가정 자녀는 문제아로 여겨지기 일쑤다. 싱글맘 가구는 자꾸 늘어나 2000년 92만3000가구에서 2010년이면 140만가구에 이르리라 한다. 정부의 지원이나 대책도 거의 전무하다. 싱글맘의 가장 큰 이유는 이혼이고 미혼모도 있다고 한다. 드라마는 싱글맘에게 '고생 끝 행복'을 약속하지만 실제론 현실에 지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싱글맘을 선택하는 이들의 고민과 갈등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다. 그렇더라도 '다시 한번만' 생각해볼 순 없는 걸까. 이혼을 부추기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