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7) 과학고 '대입준비 속성학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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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엘리트를 양성해 경제발전의 기수로 만들기 위해 출범한 과학고가 당초 설립 취지에 벗어난 채 조기 대학 진학코스로 이용되고 있어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83년 경기 과학고를 시작으로 설립된 과학고는 올해 세워진 의정부 과학고를 포함해 현재 18개교에 3340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다. 내년에 울산,2008년 서울 구로구에도 과학고를 신설할 계획이어서 과학고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과학고 학생들은 98년 비교내신제 폐지 이후 KAIST 포항공대 등에 내신에 관계없이 입학할 수 있는 '조기졸업 후 특별입학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제도는 서류심사나 면접으로 일단 대학에 합격시킨 후 2학년까지 전학년 교과과정을 마치고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사후에 입학을 승인하는 것.
서울 과학고의 경우 올 2월 145명의 졸업자 중 102명이 조기졸업자로 이들은 KAIST 36명,서울대 19명,연세대 12명 등이 입학했다.
이 학교 박완규 교사는 "조기 졸업을 위해 전 과목을 압축해 이수하다 보니 실력이 다져지지 않고 실험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며 "조기졸업자 중 일부는 수업을 못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기졸업제가 취지는 좋지만 정상수업 파행의 주요 원인이 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과학고생들에게 내신적용을 면제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문호를 더 넓혀 줘야 할 것이라고 서울과학고측은 주장했다.
또 이 학교 3학년 이상현군은 "우주항공 분야를 전공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싶지만 내신성적이 나빠 걱정"이라며 "최소한 특별전형에서 서류시험이라도 붙게 해주면 구술시험이나 면접을 통과해 활로를 찾을 수 있겠다"고 토로했다.
서울과학고 이경운 교무부장은 "98년 비교내신제 폐지 이후 과학고생들이 대입에 불안감을 느꼈고 탐구·실험 위주의 학습이 후퇴하는 폐단을 가져왔다"며 "과학고가 당초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학에 자율적인 학생 선발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